***초기경전/중아함경

15. 팔관재를 실천하는 공덕

slowdream 2009. 6. 6. 04:58

15. 팔관재를 실천하는 공덕


부처님이 사위국 녹자모강당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녹자(鹿子)의 아내 비사카가 이른 아침 목욕을 한 뒤 깨끗하고 하얀 옷을 입고 며느리와 권속들을 데리고 부처님에게로 가서 예배하고 말했다.
"부처님. 저는 오늘 재(齋)를 갖고자 하나이다."
"부인이여. 재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대는 어떤 재를 가지려고 하는가?"
부인이 머뭇거리자 부처님은 세 가지 재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첫째는 방우아재(放牛兒齋)인데 소를 놓아 풀을 먹이듯 '오늘은 이런 음식을 먹고 내일은 저런 물을 마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밤낮으로 욕심에 집착하나니, 이러한 재는 공덕도 없고 큰 과보를 얻지도 못한다.
둘째는 니건재(尼楗齋)인데 외도를 따르는 재를 말한다. 외도는 입으로는 살생과 도둑질과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중생을 보호하라고 말하지만, 그 자신은 처자를 위해 살생도 하고 도둑질과 거짓말도 한다. 이런 외도를 따라 재를 갖는 것은 공덕도 없고 큰 과보도 얻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여래가 가르치는 거룩한 팔재(八齋)가 있다. 팔재란 이런 것이다. 즉 여래는 그대들이 하루만이라도 수행자와 같이 첫째 모든 살생을 떠나고, 둘째 모든 도둑질을 떠나 보시를 행하고, 셋째 음욕과 음행을 떠나고, 넷째 모든 거짓말을 끊고, 다섯째 모든 술과 방탕에서 떠나고, 여섯째 높고 넓은 평상의 편안함에서 떠나고, 일곱째 꽃다발이나 장신구, 노래와 춤과 놀이에서 떠나고, 여덟째 하루에 한끼를 먹으며, 때아닌 때에 먹지 말라고 가르친다.
부인이여. 어떤 사람이 이 같은 거룩한 팔재를 닦는 것은 옷에 더러운 것이 묻었을 때 잿물과 가루비누와 더운물로 씻어서 깨끗이 하는 것과 같다. 그는 이 공덕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한 뒤에 타화자재천에 태어나는 과보를 받게 된다."
설법을 들은 비사카부인은 기뻐하며 앞으로는 팔재를 실천할 것을 다짐하고 돌아갔다.

-중아함 55권 202경 <지재경(持齋經)>


부처님 당시부터 재가신자가 수행하는 방법은 팔재계를 지키는 것이었다. 팔재계는 팔관재(八關齋)라고도 하는데 팔관의 관(關)은 이 경에서 말하는 여덟 가지를 금한다는 뜻이다. 재가신자는 세속에 살아야하므로 항상 부처님이 가르친 계목을 다 지킬 수가 없다. 그래서 스님들이 포살(布薩=uposatha)을 하는 만월일(滿月日=15일)과 신월일(新月日=30일)에 팔재계를 실천하도록 했다. 나중에는 포살일을 하루 앞둔 14, 29일과, 다시 나흘 앞둔 8, 23일에도 팔재계를 닦았다. 한 달에 여섯 번을 한다고 해서 이를 육재일(六齋日)이라고도 한다.

원래 이 포살은 베다시대에 소를 방목하는 의식이었다. 자이나교에서는 불살생을 실천하는 날이었다. 불교에서는 이를 자기수행의 반성일로 차용했다. 동남아 불교국가에서는 지금도 이 전통을 이어받아 재가자가 반드시 팔재계를 실천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는 몇몇 큰절을 빼고는 포살을 하지 않는다.

이 경전에서 재가신자에게 팔재계를 닦으라고 강조하는 이유 중에 유의할 대목은 '비누세탁'의 비유다. 세속에서 살다보면 전혀 죄를 짓지 않고 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남을 속이지 말라고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이 남을 속이지 않고 이문을 남기기란 불가능하다. 본의 아니게 남에게 듣기 싫은 소리도 해야 한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죄를 짓다보면 그런 짓이 버릇이 돼서 나중에는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심장에 털이 난 것처럼 살게 된다.

팔관재를 지키라는 것은 이런 생활태도를 하루라도 반성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불자라면 한 달에 두 번, 또는 네 번이나 여섯 번은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물론 매일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되니 아예 날을 정해서 자기를 돌아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비누로 세탁하듯 허물을 씻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종교생활이란 자기 허물을 세탁하는 생활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신행이 따르지 않는 불자는 무늬만 불자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불교를 믿어도 공덕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종단의 제도를 정비하고, 사찰은 이를 지도하고, 불자들은 이를 따르면 해결될 일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