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선지식을 가까이 하는 공덕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생문(生聞)바라문이 찾아와 악지식과 선지식에 대해 물었다.
"부처님. 어떤 사람을 악지식이라 하는지요?"
"악지식은 마치 그믐으로 향하는 달과 같은 사람이다. 그믐으로 향하는 달은 날로 모양이 점점 어그러지고 광명도 점점 약해진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모양이 아주 없어져 볼 수도 없고 빛도 없어진다. 악지식도 또한 그와 같아서 처음에는 여래의 바른 가르침을 받아 그 법을 믿지만 점점 따르지 않고 공경하지 않으며 소행은 순하지 않으며 바른 지혜를 세우지 않는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문득 믿음을 잃고 계와 믿음과 서원과 지혜도 또한 잃어버린다. 마지막에는 마치 달이 모양을 잃듯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이것이 악지식이 가는 길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선지식이라 하는지요?"
"선지식은 마치 보름으로 향하는 달과 같은 사람이다. 보름으로 향하는 달은 처음 생길 때 산뜻하고 밝고 깨끗하며 날로 그 모양을 키워간다. 그리하여 보름이 되면 그 모습이 둥글고 풍만해지며 밝은 빛을 발한다. 선지식도 또한 그와 같아서 처음에 여래의 바른 가르침을 받은 이후 바른 믿음을 견고하게 하여 소행은 순종하며 바른 지혜를 세운다. 믿음을 더욱 증장시키며 계와 서원과 지혜 또한 늘려나간다. 마지막에는 선법을 구족하기가 보름달과 같다. 이것이 선지식이 가는 길이다."
"악지식을 가까이하는 것과, 선지식을 가까이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악지식을 가까이 하면 마치 허공의 달이 간탐의 그늘에 가리워 세간의 모든 별들을 광명을 잃는 것처럼 될 것이다. 그러나 선지식을 가까이 하면 간탐의 그늘이 사라져 허공의 모든 별이 빛나듯이 지혜의 광명이 빛나게 될 것이다."
-중아함 36권 148경 <하고경(何苦經)>
선지식은 범어 칼야나미트라(kalyanamitra)를 번역한 말로 다르게는 선우(善友) 친우(親友) 승우(勝友)라고도 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좋은 벗'이라는 뜻이다. 요즘 우리들은 선지식을 훌륭한 스승, 또는 한 회상의 법주(法主)라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원래의 용례는 바른 길을 가르쳐주는 좋은 친구라는 의미였다.
좋은 친구를 갖는 것은 세속에서도 중요하지만 수행자에게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잡아함 27권 <선지식경>에서 부처님은 '수행자가 좋은 친구를 갖는 것은 수행의 전부를 성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정도다. 부처님이 이렇게 '좋은 벗'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수행자에게 좋은 친구야말로 더없이 훌륭한 스승이자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좋은 벗은 내가 바른 길을 갈 때나 그른 길을 갈 때나 언제나 옆에서 탁마상성(琢磨相成)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수행자들이 동도(同道)를 가는 친구를 '도반(道伴)'이라고 부르면서 특별한 형제적 우애를 표시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어떤 친구와 가까이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달라지는 것은 세속사회에서도 흔히 보는 일이다. 흔히 하는 말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한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하듯이 좋은 친구와 가까이 하면 저절로 좋은 일이 생긴다. 반대로 나쁜 친구와 가까이 하면 좋은 일은 사라지고 나쁜 일만 생긴다.
그러면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가. <사분율> 권41은 '선우칠사(善友七事)'라 하여 7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을 좋은 벗이라 했다. '주기 어려운 것을 주고, 하기 어려운 것을 하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으며, 비밀한 일을 서로 말하며, 잘못을 서로 덮어주며, 괴로운 일을 만났을 때 버리지 않고, 비천할 때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또 지의(智 )가 쓴 <마하지관>에는 밖을 지켜주는 외호(外護), 함께 행동하는 동행(同行), 가르치고 인도하는 교수(敎授)를 '삼선지식(三善知識)'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악지식이란 '나쁜 벗'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나쁜 벗인가. 선우칠사와 삼선지식에 반대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지식은 부처님과 그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가까이하면 보름달처럼 복과 지혜가 둥글어진다. 그러나 나쁜 길을 가는 악지식을 가까이 하면 그믐달처럼 복과 지혜가 찌그러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가까이 해야 하겠는가.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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