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04. 운명에 대한 세가지 오해

slowdream 2009. 6. 2. 07:50

04. 운명에 대한 세가지 오해


부처님이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했다.
"세상에는 지혜가 있다고 자처하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일체가 숙명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주장과, 일체가 존우(尊祐)의 뜻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과, 일체가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진리가 아니며 옳지 않다. 어째서 그런가.

만약 사람이 행하는 모든 행위가 숙명으로 이루어졌다든가, 존우의 뜻에 의한 것이라든가,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살생과 도둑질과 사음과 같은 10가지 악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숙명적인 것이거나, 존우의 뜻에 의한 것이거나, 인도 없고 연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주장은 진리가 아니며 옳지 않다. 만약 그런 주장들이 진리라면 사람들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모를 것이며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도 모를 것이다."

이어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은 바에 의하면 모든 것은 인과 연이 합하여 일어난다. 육계(地.水.火.風.空.識)가 합함으로 인하여 어머니의 태에 태어나고, 그로 인하여 육처(眼.耳.鼻.舌.身.意)가 생기고 육처로 인하여 감각이 생기고, 감각으로 인하여 집착이 생기며, 집착으로 인하여 괴로움이 일어난다. 괴로움을 멸하고 참다운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팔정도를 닦아야 한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괴로움의 현실을 알아야 하고, 괴로움의 원인을 끊어야 하며, 괴로움이 멸한 상태를 증득해야 하며, 괴로움을 멸하는 도를 닦아야 한다.

-중아함 제3권 13경 <도경(度經)>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종교가 있다. 기독교, 마호멧교, 힌두교, 도교, 태양교, 심지어는 돈교와 섹스교까지 있다. 이들 종교가 인간의 운명 문제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는 숙작인과론(宿作因緣論)이다. 이는 일종의 숙명론(宿命論)을 말한다. 인간의 운명은 과거부터 미리 결정돼 있다는 것이다. 별자리로 점을 보거나 사주팔자를 들먹이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는 존우화작론(尊祐化作論)이다. 이는 일종의 신의론(神義論)이다. 이 세상은 즉 신의 뜻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적 권능을 가진 신에게 빌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는 무인무연론(無因無緣論)이다. 이는 일종의 우연론(偶然論)이다. 모든 것은 우연이 그렇게될 뿐 필연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도 운명을 지배하는 것은 없으므로 그냥 잘먹고 놀면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쾌락주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결정적인 모순이 있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사실이다. 살인을 하거나 거짓말을 해도, 그것은 다 숙명이거나 신의 뜻이거나 우연이라 한다면 그것을 책임질 사람이 없다. 예를 들어 학생이 공부를 하거나 사업가가 사업을 하거나 스포츠 선수가 운동을 할 때 미리부터 1.2.3 등이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다거나 신의 뜻에 의해 결정되거나, 노력과는 관계없이 우연하게 결정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노력을 해봤자 운명이나 신의 뜻에 의해서 결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황당한 주장이다. 세 가지 모두 진리가 아니며 옳지 않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런 견해를 삼종외도(三種外道)라고 했다.

그러면 무엇이 진리인가. 불교는 어떤 존재나 사건이란 모두 어떤 원인과(因) 조건(緣)이 합쳐져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좋은 씨앗을 좋은 땅에 심거나, 좋은 씨앗을 나쁜 땅에 심거나, 나쁜 씨앗을 좋은 땅에 심거나, 나쁜 씨앗을 나쁜 땅에 심으면 그 결과는 상이하게 나타날 것은 자명하다 이를 인연생기론(因緣生起論) 즉 연기론(緣起論)이라고 한다.

연기론이 진리인 것은 그래야 행위의 책임주체가 있게 되고 이에 따른 의지적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악한 사람이 반성하고 착한 사람이 되거나, 반대로 착한 사람이 나쁜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도 모두 자기 책임아래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반성도 하고 노력도 해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가 일반종교와 다른 특징 중의 특징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불교 안에 도리어 부처님이 비판한 삼종외도적 생각이 난립하고 있다. 무엇이 정법인지 어떤 것이 외도적 생각인지 한번 살펴볼 일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