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부처님의 행로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의 일이다. 부처님은 당신이 걸어온 길을 이렇게 말씀했다.
"인생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욕망에 집착해 윤회를 반복하는 세속의 길이요, 또 하나는 생로병사가 없는 안온한 열반을 찾는 거룩한 진리의 길이다. 나도 아직 정각(正覺)을 이루기 전에는 생로병사를 세속의 길을 걸었으나, 집을 나와 수행한 끝에 안온한 열반을 길을 걷게 되었다.
내가 출가를 하려고 하자 부모와 친척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극한 믿음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뒤 도를 배우고자 집을 나섰다. 나는 처음에 알라라 칼라마와 웃다라 라마풋타를 찾아가 배웠다. 그러나 그들의 법이 참다운 지혜와 열반으로 향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곧 결별했다. 나는 네란자라강 언덕 보리수 밑에 자리를 깔고 앉아 '번뇌가 다하기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수행했다. 그리하여 늙음과 죽음과 근심과 더러움에서 벗어나 열반을 얻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설법할까 생각하다가 함께 수행하던 다섯 비구를 생각하고 그들을 찾아 녹야원으로 향했다. 내가 오는 것을 본 다섯 비구는 서로 '고타마는 좋은 음식을 먹으며 기름을 몸에 바르는 타락한 수행자다. 그를 보거든 일어나지도 말고 자리도 권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은 청정하고 광명에 빛나는 나의 얼굴과 위덕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떠다 내 발을 씻어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정각자다. 나를 '그대'라고 하거나 성과 이름으로도 부르지 말라....수행자는 욕심과 향락에 치우쳐도 안되고 스스로 고통을 주는 일을 해서도 안 된다. 양극단을 버리고 중도로서 팔정도(八正道)를 실천하면 지혜와 깨달음을 얻어 열반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설법을 들은 저들은 바른 소견이 생겨, 늙음과 죽음과 근심과 염착이 없는 안온한 열반을 얻었다."
-중아함 56권 204경 <라마경(羅摩經)>
불교의 경전은 역사적 인물로서의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한 내용을 집록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경전은 부처님의 전기적 생애를 구성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러나 방대한 경전을 어떻게 시간적 순차를 정해 배열해야 하는가는 쉽지 않다. 경전에 표시돼 있는 '어느 때'라는 표현만으로 언제 어느 때인지를 추정하기란 퍼즐조각 맞추기만큼 지난하다.
다행한 것은 전기를 구성하는 연대기적인 언급을 하고 있는 자료가 있다는 점이다. <사분율> <오분율> 남전율장 <대품> 등 율장은 부처님의 출가와 수행 설법에 관한 사실을 비교적 순차적으로 전해준다. 중아함의 일부경전은 부처님의 출가와 수행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고 장아함의 <유행경>등 경장은 부처님의 만년의 행보를 알 수 있게 하는 자료를 담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씨줄로 하고 개별사건을 날줄로 하면 부처님의 생애가 어느 정도 재구성된다. 이렇게 하여 구성된 경전이 <불본행집경> <태자서응본기경> <수행본기경> <대장엄경> <보요경> <인과경> 같은 전기경전(傳記經典)들이다.
이중 앞에서 읽은 중아함 <라마경>은 부처님의 출가와 수행, 성도와 설법을 가장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는 씨줄에 해당하는 경전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부처님이 걸었던 인생행로가 어떤 것이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욕망과 고통으로부터 해탈과 그 방법을 이웃에게 가르치기 위한 '지혜와 자비의 길'이었다.
부처님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걸어가는 길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욕망에 집착해 윤회를 반복하는 세속의 길'이요 또 하나는 '생로병사가 없는 안온한 열반을 찾는 거룩한 진리의 길'이다. 이 두 가지 길 가운데 불교도가 걸어야 할 길은 두말할 나위가 없이 거룩한 진리의 길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진리의 길인가. 욕망에 집착해서 죄업을 짓는 일을 삼가고 참다운 행복인 열반을 추구하는 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처님이 걸어갔던 길, 부처님이 가르쳤던 길을 배반하고 다른 길만 걸어가려고 한다. 오늘날 세계가 아직도 투쟁과 갈등과 증오와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세속의 길로만 치닫기 때문이다. 불교는 이런 세계와 인간을 향해 진리의 길을 걷자고 설득하는 종교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행복을 원한다면 이제 그만 고집을 꺾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설득 당해주는 것이 어떨는지.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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