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52. 불자의 이름에 합당한 사람

slowdream 2009. 6. 12. 15:34

52. 불자의 이름에 합당한 사람


부처님이 앙가국 마읍 마림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출가사문의 이름에 합당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말했다.

"사람들은 그대들을 보고 출가사문이라 부른다. 그대들도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출가사문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마땅히 이름에 합당한 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사문이라 할 것이며, 의복과 음식과 평상과 탕약을 공양 받을 자격이 없다. 그대들이 이름에 합당한 사문이 되어야 공양하는 사람들도 큰 공덕을 지어서 갚음을 받을 것이다."

여기까지 말씀한 부처님은 그러면 어떤 것이 사문이 닦고 배워야 할 법인가에 대해 다음과 말씀했다.
"먼저 몸으로 하는 행동을 청정하게 해야 하나니, 몸으로 어떤 행동을 드러내놓고 해도 부끄러움이 없고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또 입으로 하는 행동을 청정하게 해야 하나니, 입으로 어떤 행동을 드러내놓고 해도 부끄러움이 없고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또 마음속으로 하는 생각을 청정하게 해야 하나니,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드러내놓고 해도 부끄러움이 없고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또 생활수단으로 하는 행동을 청정하게 해야 하나니, 생활수단으로 어떤 행동을 드러내놓고 해도 부끄러움이 없고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또 감각기관을 잘 다스려야 통제해야 하나니, 감각기관을 잘 막고 통제하여 부끄러움이 없고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즉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가 색성향비촉법(色聲香味觸法)을 만나더라도 탐욕과 성냄과 슬픔과 기쁨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위의를 잘 갖추어야 하나니, 앉고 서고 눕고 구부리고 펴는 몸가짐을 드러내놓고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고 부끄러움과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이렇게 몸과 입과 마음속으로 하는 생각이 청정하고, 생활수단이 청정하며, 감각기관을 잘 단속하고, 위의를 잘 갖추었더라도 그것을 뽐내지 않고, 남을 깔보지도 않으며, 마음속에 더러움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사문이 칭찬 받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거짓사문이 아니며 이름에 합당한 출가사문이라 하느니라."


-중아함 48권 182경 <마읍경(馬邑經)>-


부처님이 수행자에게 요구한 인격은 전인적(全人的)인 것이었다. 얼굴만 잘 생겼거나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은 참다운 출가사문이라 할 수 없다. 말과 행동은 물론이거니와 마음 쓰는 것이 누가 보아도 부끄러움이 없고 흐트러짐이 없으며 깨끗해야 비로소 수행자의 이름에 합당하다는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런 조건에서 하자가 있다면 거짓사문에 불과하다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이다.

부처님이 제시한 이런 기준을 현재 우리에게 적용시켜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모르긴 해도 이 관문을 통과할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내세우기는 20년 30년 수행을 했다면서 하는 행동이라고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사람보다 못한 후안무치가 한둘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점은 반드시 출가수행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사람을 '불자'라고 한다면, 이 기준은 당연히 재가의 불자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생활수단'으로 하는 행동은 과연 깨끗했는지, '법도에 어긋난 일'을 한 적은 없는지도 물어보아야 한다. 몸과 입과 마음은 깨끗한 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이 경전을 읽으면 우리는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까. 아마도 부처님 앞에 얼굴 내밀고 말하기가 부끄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공연히 남의 말을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자기 밑이나 닦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자기 눈에 낀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손에 가시 든 것을 시비한대서야 어디 참다운 불자라 할 수 있겠는가.

남 앞에서 잘난 척하는 사람들일수록 설사 도덕적으로 자신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를 내세워 뽐내지 말고 남을 깔보지 말라고 이르신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둘 일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