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불자가 준비할 노후대책
부처님이 왕사성 비다라산의 칠엽옥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해질녘 부처님은 하루 종일 서있는 고행을 닦는 니간타 외도들의 처소로 가서 '그대들은 왜 앉지 않고 서있는가?'를 물었다.
"우리 스승이 가르치기를 전생에 지은 죄가 있으면 앉지 말고 서있는 고행을 해야 죄가 멸하고 행복을 성취할 것이라고 해서 입니다."
"그대의 스승은 과거에도 그 같은 고행을 했을 터인데 지금도 고행을 하는 것은 아직도 죄업이 소멸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면 고행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행복은 고행에서 비롯됩니다. 고행을 하면 그 공덕으로 죄가 멸하고 물질적으로 풍족해져서 빔비사라왕처럼 됩니다. 이에 비하면 부처님의 행복은 보잘것없는 것입니다."
"그대들은 빔비사라왕처럼 물질적으로 풍족한 것을 행복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고행을 하는 것 같구나. 그러면 내가 묻겠다. 빔비사라왕은 말없이 침묵할 수 있는가. 침묵의 시간으로 7일을 보내면서 그 가운데서 쾌락과 환희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아니 단 하루라도 그런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외도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에 부처님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어떤가. 나는 하루 동안 말없는 침묵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아니 7일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침묵으로 보내면서도 그 가운데서 즐거움은 얻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가?"
외도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부처님은 '그렇다면 누구의 행복이 더 참다운 행복인가?'를 물었다. 그들은 '부처님의 행복이 참다운 행복'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부처님은 다시 말했다.
"그렇다.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참다운 행복이란 욕심을 비우는 곳에서 생기는 것이다. 욕심이란 행복을 앗아가고 한없는 괴로움과 환란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으로 행복하고자 한다면 앉지 않고 서있는 고행을 하기보다는 욕심을 비워야 한다."
-중아함 25권 100경 <고음경(苦陰經)>-
예로부터 장수(壽) 재산(富) 건강(康寧) 존경(攸好德) 편안한 죽음(考終命)은 오복으로 꼽혔다. 하지만 노년인생이 길어지면서 행복의 조건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신오복(新五福)이라 하여 경제, 건강, 배우자, 친구, 일 등을 꼽는다. 이 중 과거에 없던 것은 배우자와 친구, 그리고 일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식'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다. 자식보다 친구와 일을 거론한 것은 현대가 어떤 시대인가를 말해준다.
어쨌거나 사람이 늙어서도 무엇인가 일을 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것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최상급일 것이다. 그러나 일의 유무가 반드시 노년행복을 좌우하는 절대조건은 아니다. 일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지는 몰라도 그 자체에 만족하지 못하는 한 불만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다.
이에 대한 부처님의 처방은 '욕심을 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신오복을 다 구족했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헐떡거림이 남아있다면 인생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참으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자 한다면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일없는 한가한 도인(無事閑道人)'이 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일없이 한가한 도인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그것은 아마도 공자가 말한 '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큰 허물이 없는 경지(從心所欲불유거)'와 비슷할 것이란 생각이다. 마음에 헐떡거림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의 욕심이나 시비가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쯤 되면 마음먹은 대로 행동을 해도 허물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나이가 들어서조차 헐떡거리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비루먹은 개처럼 여기저기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면 그것처럼 꼴불견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년의 외로움을 생각한다면 마음 다스리기를 연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노후대책이 아닐는지. 경전을 읽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어 해보는 말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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