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부처님의 설법공식(2)
연기의 공식
‘포악’이라는 경에서 보여지는 공식은 어느날 기원정사로 부처님을 방문했던 ‘포악’아란 자의 질문과 거기에 대한 부처님의 간절한 교훈이다. 이것을 종래의 사고방식으로 말하면 부처님의 대기설법의 한 전형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자욱 더 나아가 부처님의 그 간절한 가르침을 분석해 보면 그것은 분명히 ‘부처님의 공식’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그 ‘포악’이라는 별명이 붙은 촌장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촌장이여, 만일 인간이 탐욕을 버리지 못했다면 그는 그렇기 때문에 남을 화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노여움으로 자신도 역시 분노하게 될 것이다. 그때 그는 포악이라고 불려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탐욕(貪)을 분노(嗔)로 바꾸고 다시 어리석음(痴)으로 바꾸면서 두 번 세 번 같은 의미의 말을 한다. 그런 뒤 다시 부처님은 그것을 뒤집어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촌장이여, 만일 인간이 탐욕을 버린다면 그는 그로 인해 남을 화나게 만드는 일도 없고 또 타인의 노여움으로 인해 자기도 분노하게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때 그는 유화(柔和)한 사람이라고 불려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부처님은 탐욕을 분노로 바꾸고 다시 어리석음으로 바꾸면서 두 번 세 번 같은 뜻의 설법을 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전은 지루하리만큼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참골 반복해 읽다보면 명료한 깨달음이 온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부처님의 사고방식의 전형이랄까, 설법의 패턴이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사고방식 또는 설법의 패턴은 바로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룬 직후 도달했던 저 ‘연기(緣起)의 공식(公式)’이라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언급했던 바이지만 한 경전*(남전 小部經典 自說經(1·3))은 그것을 다음과 같이 기록해 놓고 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사라진다.
설법의 패턴
연기의 공식이 부처님의 설법에 가장 중요한 패턴이라는 것은 이미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성취하고 녹야원에서 최초로 설법을 할 때까지의 과정에서 부처님이 사용한 사고의 패턴, 또는 설법의 형식은 대체로 이 공식에 의한 것이었다. 이미 인용했던 경이지만 한 경전*(남전 상응부경전(12·10)大釋迦牟尼瞿曇 한역 잡아함경 (12·3)佛縳)도 보리수 아래 계셨을 때 부처님의 사고내용을 부처님 자신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무엇이 있으므로 노사가 있는 것일까, 무엇에 의해서(緣해서)노사가 있는 것일까.’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올바를 사유와 지혜로써 이렇게 이해할 수 있었다.
‘태어남(生)이 있으므로 노사가 있는 것이다. 태어남을 연고로 해서 노사가 잇는 것이다.’(중략)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무엇이 없어야 노사가 없어질까. 무엇을 멸(滅)하면 노사가 멸할 수 있을 것인가.’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다시 올바른 사유와 지혜로서 이렇게 이해할 수 있었다.
‘태어남이 없다면 노사는 없는 것이다. 태어남을 멸함으로써 노사를 멸할 수가 있는 것이다.’ (후략)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12지연기의 성립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순역(順逆)의 두 가지 방법에 의해 12지연기를 각각 공식을 해당시켜 말하고 있으니까 생략된 부분을 넣어 생가하면 실로 24회나 같은 공식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서 녹야원에서의 최초설법에서는 이미 연기의 법칙은 거론되지 않고 잇다. 우리는 이것을 해석할 때 연기의 법칙을 배경으로 돌린 뒤 새롭게 구성된 실천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설명해 왔다. 이러한 이해는 결코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결코 연기의 법칙이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다. 연기는 여전히 사제법(四諦法)의 체계를 지탱해주고 있는 배경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사제법의 첫 번째는 고(苦) 성제(聖諦)이다. 이 인생이 모두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괴로움이 생기는 원인(生起)에 관한 성제다. 인생이 모두 괴로움일 수밖에 없는 까닭을 추궁해 그것을 갈애 즉 욕망의 소산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성제는 잘 생각해 보면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긴다’라고 하는 연기공식의 전반부가 그 배경으로 있고 두 개의 성제는 그것을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고의 멸진에 관한 성제다. 두 번째의 갈애가 멸할 때 괴로움도 역시 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두 번째의 성제(集聖諦)와 세 번째의 성제(滅聖諦)가 연기의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다’는 연기공식의 후반부가 그 배경에 있고 두 번째 세 번째 성제는 그것을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이와 같은 연기의 공식은 어디에서 생겨나 어떻게 해서 성립된 것일까.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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