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국가 멕시코에서 가톨릭 거부
교육 현장에서 불교 전하기 위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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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바스꼰셀로스는 멕시코에서 불교와 인연이 깊은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독서를 통해 불교를 공부하며 불교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불교를 개인적으로 수행하면서 그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직접 실천한 사람이다. |
1958년 11월 30일자 「노베다데스」지(紙)에서 멕시코의 대표적인 문화 비평가인 에마누엘 까르바요는 20세기 멕시코 최고의 사상가로 호세 바스꼰셀로스(Jos′e Vasconcelos, 1882~1959)를 손꼽았다. 바스꼰셀로스는 멕시코 교육자와 정치가, 사상가로 멕시코자치국립대학교 총장과 교육부 장관 등을 역임하였으며 1929년에는 대통령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인물이다.
그는 멕시코에서 불교와 인연이 깊은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독서를 통해 불교를 공부하며 불교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불교를 개인적으로 수행하면서 그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직접 실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스꼰셀로스는 1919년에 『인도연구』를 출판하고 익년에는 『불교입문서』 출판계획을 발표하여 멕시코 사상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그는 『마술적 소나타』라는 단편소설집을 출판하여 작품에 불교 요소를 교묘히 삽입시킬 줄 알았다.
불교서적 ‘인도연구’출판
어머니의 영향으로 독서를 좋아했던 바스꼰셀로스는 존재의 개념을 확실히 하기 위해 각종 지식과 정보를 지나칠 정도로 섭렵하면서 자아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만 가려서 섭취했다고 밝힌다. 경제와 사회, 물질 등을 경시하며 주로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한 그는 쇼펜하우어와 니체, 바그너, 에머슨, 베르그송, 스피노자, 톨스토이 등의 서적을 많이 읽었다. 이들 작가들은 서양인이지만 동양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문화 전통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항이 미덕이었던 세대에 살았던 바스꼰셀로스는 특히 “모든 관습을 물리치고 자기가 생각한대로 행하라”는 니체에게서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호세 바스꼰셀로스는 불교를 다방면으로 이용할 줄 알았다. 먼저 바스꼰셀로스는 개인적 차원으로 불교를 수용하였다. 멕시코라는 가톨릭 국가에서 그는 가톨릭을 신봉하지 않았다. 그는 함께 지적 활동을 하던 동료들을 무시하고 불교서적에 몰두하여 새벽 3시까지 독서를 하다가 동료들로부터 핀잔을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그는 결국 『인도연구』라는 불교관련 서적을 출판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인도사상을 시대적으로 분류하고, 브라만교 또는 힌두교와 우파니샤드를 소개하며 불교와 자이나교, 상키야와 요가학파 등을 자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 외에 그는 개인적 화두로 “크게 행동한다”라는 글귀를 쥐고서 생활하였다.
둘째, 그는 불교를 정치적 차원으로 수용한다. 바스꼰셀로스는 중남미에서 문화를 탈식민지 기능으로 본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는 유럽인을 야만인, 그리고 아시아인과 중남미인, 아프리카인들을 새로운 주민으로 간주하고 문명인으로 상정하여, 진정한 문명은 진정한 씨앗에 있다고 주장하며 그 문명의 근원을 우파니샤드의 인도로 보았다. 바스꼰셀로스는 유럽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도문명을 도입하여 이전에 있었던 유럽의 유산을 청산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셋째, 바스꼰셀로스는 정책적 차원에서 불교를 제시한다. 19세기말과 20세기 초기에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에는 오귀스뜨 꽁뜨의 실증주의가 정책적으로 도입되었다. 이 분위기 속에서, 그는 과학에 기초한 경험적이거나 실용적인 측면의 교육을 반대하며, 교사들은 인도의 스승들이 행한 일종의 동양적 사도를 걷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넷째, 바스꼰셀로스는 불교를 새로운 문화 창출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였다. 주민들의 창조적인 결합을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교육과 문화를 내세웠던 바스꼰셀로스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문화에 관심이 가장 많았던 지식인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교육부 장관 재임 시절, 바스꼰셀로스는 멕시코인들에게 생소했던 불교를 사회적 안정과 고도의 문화를 전달하는 문명으로 소개하며 불교로써 문화적인 구원을 희구하였다. 이리하여 그는 1922년 7월, 교육부 청사 건립 축사에서 건물의 네 면 중 한 면을 연꽃으로 둘러싸인 부처상을 조각하자고 주장하였다.
불교를 다목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사용할 줄 알았던 호세 바스꼰셀로스는 불교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 불교에 관한 심오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인도연구』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도 많이 들어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명상·염불 보급에 노력
첫째 바스꼰셀로스는 현생을 생ㆍ노ㆍ병ㆍ사라는 4고(苦)로 설명하는 불교의 기본 개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현생을 허무주의 또는 비관주의로 해석한다. 그는 인도의 모든 학파가 “정신의 천성적인 고귀함에 비해, 감지할 수 있는 현실과 현생을 거짓이고 덧없으며 무가치한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하였다.
둘째, 바스꼰셀로스는 불교를 철저한 일원론으로 해석한다. 그는 아트만을 브라마와, 영혼을 신과, 그리고 모든 사물을 신과 동일시 여기고 있다.
셋째, 그는 영혼 중심의 공(空)사상을 강조한다. 바스꼰셀로스는 불교가 현상세계에서 인간들이 해결하지 못한 점을 정신세계에서 추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나아가 그는 공의 세계를 제시하며 개인의 의지에 따라 깨달음을 통해서 그곳에 진입할 수 있다고 일러준다. 그리고 현상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목적 자체도 상실되는 지점이 바로 공이라는 것을 덧붙인다.
유럽은 야만-인도는 문명 표현
넷째, 바스꼰셀로스는 영혼불멸성을 믿고 있었다. 그는 “정신의 위대함과 숭고함을 믿고 있는 인도인들은 사멸하는 한정된 세계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긴다. 이들의 생각은 불완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적이다”고 하였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바스꼰셀로스는 인도인들이 영혼의 불멸성을 믿고 있으며, 이러한 믿음은 열락의 세계로 인도하여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로 여행하게 하는 선물을 보장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섯째, 그는 윤회설을 불교의 기본 사상으로 이해하였다. 바스꼰셀로스는 불교의 가르침은 윤회의 현실을 상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윤회설 없이 현상세계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인다. 그는 이 이론을 토대로, 현시대에 완성되지 못한 일들이 미래에 완전히 마무리 될 것이라는 감정적인 희망을 제시하기도 한다.
여섯째, 멕시코 사상가는 불교의 이론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불교의 실천 사항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동양인에게 보편화된 호흡법과, 염불 및 명상이다. 호흡법을 설명하는 내용은 매우 흥미롭다. “여러 측면에서 우리보다 우수한 인도학문은 매일, 일을 하거나 공부하기 전에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맑은 공기로 새롭게 하는 호흡법을 실행하라고 가르친다.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코로 맑은 공기를 길게 들어 마시게 하여 한참동안 숨을 멈추었다가 천천히 내뱉도록 하는 이 운동을 실행하도록 하면 좋다.” 염불의 경우, 그는 일요일 오후에 공원이나 숲에서 산보를 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무 악기의 도움이 없이 염불을 하면 개별적으로 기적이 나타나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일요일 오전에는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들판으로 산보를 나가야 한다. 산보를 하는 동안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염불을 해야만 한다. 공원이나 숲 속에서 그렇게 하면 참석자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기를 얻게 되어 정신이 고양된다.” 그리고 호세 바스꼰셀로스는 명상을 하라고 권한다. 선을 행할 때는 시끄러운 도심지보다는 한적한 산이나 시골이 훨씬 좋다고 한다. 그는 명상 중에 사람들은 위대한 선각자를 만나거나 숭고한 힘을 느끼고 신을 직접 알현할 수 있다고 자세히 알려준다. “의식의 깊숙한 곳에서 명상을 행할 때는 높은 곳에 위치하는 존재들과 함께 한다는 인식을 하십시오. 그리고 숭고한 힘이 현재한다고 느끼십시오.”
끝으로, 가톨릭 국가 출신의 호세 바스꼰셀로스는 개인적인 성찰 속에서 예수와 부처를 동일화한다. 그는 석가모니가 예언했던 미륵불이 자비와 부드러운 성품을 지닌 부처로 현재의 예수라고 주장한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인간의 구원을 위해 석가모니가 말한 미륵불은 사랑과 부드러운 성품을 내세운 부처로, 그 이전에는 어떠한 부처나 성인, 예언자들이 이런 점을 강조한 적이 없었으며, 오직 예수만이 그 사항을 실천하기 때문에 미륵불이 바로 예수라고 하는 것이다.
앞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본다면 호세 바스꼰셀로스는 비록 불교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고 아무 스승 없이 독자적으로 공부했지만, 아무런 기반이 없었던 멕시코에서 20세기 초반에 체계화된 불교 책자를 발표하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했던 중남미의 위대한 선지식으로 간주할 수 있겠다. 진정한 용기자인 호세 바스꼰셀로스를 보면, 어릴 때부터 불교분위기에 파묻혀 산다고 할 수 있는 한국인들 중에서 일반 불교신자들이 알고 있는 불교 지식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의구심이 일어난다.
강태진 대구가톨릭대 교수
강태진 교수는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졸업 후 한국외국어대 일반대학원 스페인어과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중남미소설 전공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동서정신과학회 회장 역임했으며, 현재 대구가톨릭대 스페인어과 학과장 및 인문과학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공저로 『라틴아메리카문화』, 『열정을 살다간 스페인ㆍ중남미 여성』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라틴아메리카 문명과 문화』, 『저개발의 기억』, 『신들린 마리아』,『아가씨와 죽음』 등이 있다.
1027호 [2009년 12월 15일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