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하면서 외로운 하루, 산길을 오른다
마을과 집, 다양한 형태로 웅크린 차들을 품은 길을 따라 걸음을 내딛는다
나와 함께 흐르는 혹은 역류하는 또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에게 눈길이 부딪히고 곧 흩어진다
집, 자동차, 길, 전봇대, 상가, 자그마한 꽃밭, 가로수, 바위, 새, 사람들....
산자락에서 뚜렷했던 그 윤곽이 중턱에 서면 네모와 세모, 동그라미처럼 흐릿해진다
정상에서 가쁜 숨결을 가다듬으며 내려다본 저 아래 풍경은
길과 그 길을 따라 흐르는 개미 같은 자동차들, 어떤 나무와 나무가 동거하는지 구분할 수 없는 숲,
담장과 담장이 얽혀 있어 평수를 따질 수 없는 집들의 덩어리
그리고 더이상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생김새와 집안과 학벌, 그대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요동치던 나의 마음이 온데간데 없다
사랑마저도 그대여
아아 좀더 오를 수 있다면
이 모든 풍경이
그저 안갯속에서처럼 몽롱하고 흐릿해지리
풍경과 나의 눈길마저도 사라지리
삶과 삶 저편의 그 모든 것들
그러나
산길을 내려가면
다시금 또렷해지겠지
집과 나무, 길, 개울, 자동차, 상점의 간판들
다양한 표정의 사람들과 꽃들
웃음과 눈물, 고달픔과 안식, 따스함과 차가움이
골고루 섞여 있는 욕계의 풍경....
나무석가모니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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