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과 실재
아비담마에서는 개념과 실재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개념을 헛된 것, 실재를 참된 것으로 규정합니다. 선불교에서도 언어적 작용을 끊고 곧바로 마음의 작용을 직관하라고 합니다. 개념은 바깥 대상을 언어화, 표상(이미지)화하는 작용입니다. 감각기관을 통하여 받아들인 대상을 분별하고 이미지화 하고 언어로써 규정하여, 각각의 대상에 고유한 속성을 부여합니다. 이러한 차별화 작업은 존재의 생존전략입니다. 삶이란 존재의 유지, 존속, 확장입니다. 이러한 개념 작용(산냐 想 sanna)은 개체로서의 삶이 지속되는 한 생멸하면서 유지됩니다.
개념과 실재는 존재론적 범주와 인식론적 범주에서 차별화해야 합니다. 존재론적 관점에서 개념은 토끼뿔, 거북털처럼 허구의 존재를 가리키며, 인식론적 관점에서의 개념은 실재와 나뉠 수 없습니다. 개념 없이는 실재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 까닭에 허구적 개념(토끼뿔, 거북털)이냐 실재적 개념(정신과 물질, 오온)이냐의 이분화로 나뉠 따름입니다.
붓다께서 오온을 분석한 까닭은 실체적 자아는 결코 존재하지 않음을, 모든 존재는 무아임을 입증하기 위해서입니다. 개념과 실재를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개념 없이는 분별도 사유도 언어도 지혜도 설 자리가 없습니다. 신통지 혹은 통찰지로 옮겨지는 如實知見도 번뇌로 물든 想을 정화하여 정확한 분별을 토대로 하는 지혜 작용입니다. 대승과 선종에서 주창하는 ‘무분별’과 ‘불이사상’이 붓다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것은 분명하며, 이는 대승과 선종이 과연 불교인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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