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온과 오취온
오온은 나와 세상을 이루는 色受想行識으로 물질적 요소인 색과 정신적 요소인 수상행식입니다. 오취온은 이러한 오온을 나, 자아 또는 내 것이라고 여기는 무지, 착각과 집착이 덧입혀진 망상, 망념입니다. 실재가 아닌 허구적 관념이라는 것이죠. 오취온은 ‘항상하고 즐거움이며 자아가 있다’는 인지 想의 전도, 착각과 오류로 인한 과보입니다. 오온은 ‘무상하고 괴로움이며 무아’라는 지혜가 자리한 인지 想로 인한 과보입니다.
중생인 나는 안의 오취온이며 대상은 밖의 오취온입니다. 깨달은 성자에게 오취온은 없으며 단지 오온일 따름입니다. 그런 까닭에 유전문은 오취온의 연기이며, 환멸문은 오온의 연기입니다. 유전문에서는 무명과 갈애로 인한 업의 작용이 멈추지를 않는 까닭에 생로병사의 윤회가 끝없이 반복됩니다. 환멸문에 들어서야, 내생에 몸을 받는 존재상태 有가 소멸되어, 윤회가 소멸합니다.
붓다께서는 자연과학적인 관점에서의 세상을 이해하라는 말씀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길 몸 속의 세간 끝까지 가지 못하면, 세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씀하셨지요. 이는 곧, 바깥인 너, 세상이 아닌, 나인 오온에서도 受想行識, 그중에서도 수상인 마음에 초점을 맞추라는 얘기입니다. 대상과 나와의 관계 맺음과 펼쳐짐, 거두어짐이 바로 생멸하는 세간입니다. 연기는 바로 이 세간의 생멸을 가리킵니다. 無明으로 인하여 생로병사가 일어나고 明으로 인하여 생로병사가 소멸합니다. 유전문과 환멸문입니다.
12연기에서 식과 명색에 이어 발생하는 6입처는 주관과 객관, 의식의 일어남으로 형성되는 18계는 중생계의 실상입니다. 삼사화합, 촉이라고 번역된 6내입처, 6외입처, 6식의 만남이라는 사건은, 나와 대상과의 관계맺음의 시발점입니다. 인식을 조건으로 나의 마음 상태가 재구성되고, 그로 인하여 대상에 대한 나의 업이 발동됩니다. 이것이 바로 세간입니다. 소유와 지배를 동력으로 하는 욕망의 업은 욕계, 소유의 욕망은 떨구었지만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의 업은 색계와 무색계의 풍경을 펼치게 합니다.
6내입처에는 想이 6외입처에는 相이 함께하는 까닭에 입처라 합니다. 12입처와 6식이 연기하여 인식작용이 이루어지는데 이미 여기에 마음 心이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一切唯心造입니다. 붓다께서는 안팎의 사물들을 존재가 아닌 법 法이라 명명하셨습니다. 자기동일성을 지닌 객관적인 실체로서의 존재가 아닌, 연기하는 존재(적절한 용어가 곤란한 지점인데 현존 現存 정도가 의미상 가장 근접하지 않나 싶습니다)가 법입니다. 연기하기에 그 성품이 무상, 고, 무아입니다.
유전문 流轉門에서의 3사화합, 촉을 무명촉이라고도 일컫습니다. 탐욕과 성냄, 무명에 지배된 마음에서 연기하는 까닭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상인 법의 실상을 확인하지 못합니다. 마음에 들면 내 것으로 취하려 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치려 합니다. 이렇게 불선업만 쌓여나갑니다. 환멸문 還滅門에서의 촉을 명촉이라고 일컫습니다. 제법실상여실지견 諸法實相如實知見 하기에 불선업을 짓지 않습니다. 선업만을 짓되 집착하지 않아, 생멸이 소멸합니다.
붓다께서는 오취온을 苦 라 하셨습니다. 무명과 갈애, 자의식과 집착이 고통의 원인(苦集聖諦)이라는 말씀입니다. 오취온의 생멸이 유전문이며, 무명과 갈애가 벗겨진 오온의 생멸이 환멸문입니다. 범부중생으로서는 오온의 생멸인 환멸문에 대해서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유전문의 구성원리에 대해서 이해하고 오취온의 생멸을 소멸시키고자 노력할 따름입니다.
12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는 촉->수->애->취->유입니다. 지금여기에서의 오취온 즉 苦의 생멸과 쌓임이기 때문입니다. 촉은 ‘입력’, 수는 想 과 더불어 ‘마음의 재구성’, 애취는 ‘출력’, 유는 ‘현존의 재구성’입니다. 입출력의 순환이 현생에서의 윤회이며, 생명이 다한 후에는 다음 생으로의 윤회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연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는 ‘마음의 재구성’ 과정입니다. ‘상락아정’의 전도된 상태를 ‘무상, 고, 무아, 부정’의 올바른 상태로 바꾸면, 오취온의 전개가 끊어지고 무명촉의 연기가 소멸합니다.
도식적으로 표현하자면,
유전문-무명촉-오취온-상락아정-중생
환멸문-명촉-오온-무상.고.무아.부정-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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