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혜능의 경지
6조 혜능도 예류자를 넘어선듯하다. 그의 임종게를 보면 “떨어진 잎사귀는 뿌리로 돌아가니, 돌아올 때에는 입조차 없으리라.” 보통 임종게는 자신의 경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혜능은 자신이 입 달린 개체적인 생명체로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며 이는 불환자를 의미한다. 또한 오조 법연은 임종시에 “너희들은 힘쓸지니라.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투박하게 직설했다. 물론 이 임종게들에 대해서 다른 다양한 해석이 내려질 수는 있다.
3조 승찬대사의 <신심명>의 첫머리에 “도에 이르기란 어렵지 않아서 간택만을 꺼릴 뿐이니, 사랑과 미움만 없다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이것은 명백히 ‘욕망의 욕구’와 ‘언짢음’의 소멸을 다루고 있다. 철저히 이것들을 없앤 경지라면 불환자의 경지를 의미한다. 이것이 승찬대사의 친설이든 아니든 후대 유력한 선지식들이 인정하고 인용한 구절이다. 덧붙여, 마조도일의 주장인 ‘평상심이 도다’라는 말도 시비와 애증을 떠난 평등한 마음이 평상심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예류자로서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보조지눌도 예류자를 넘어선듯하다. 그는 <진심직설>에서 “다시 마음을 시험하되,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경계를 만났을 때 특별히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경계를 취하려고 해도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마음은 노지의 흰 소가 곡식을 해치지 않는 것처럼 걸림 없게 된 것이다.”라고 공부 점검법을 제시했다. 철저히 그러하다면 적어도 불환자로 평가할 만하다.
출처 / 시현 <대승은 끝났다> 51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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