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무아윤회 유아윤회

slowdream 2023. 4. 12. 19:40

무아윤회 유아윤회

 

 

윤회의 주체가 무엇이냐는 의문은 ‘무아윤회’로 정리된 듯하면서도 종종 다시금 불거지곤 한다.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진리인 ‘연기법 緣起法’에 따르자면, 연기하는 법의 속성, 성품, 특징은 자연스레 ‘無常, 苦, 無我’이다. 윤회는 연기하는 법들의 순환, 반복, 상속이다. 그렇기에 윤회의 주체는 무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아윤회는 깨달은 자들의 세상일 뿐이다.

범부중생에게 무아윤회는 없다. 오로지 유아윤회일 뿐이다. 붓다께서는 무명에 덮이고 갈애에 속박된 중생은 윤회의 그 처음을 알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12연기의 처음 지분인 무명의 시초를 알고자 애쓴다 한들 헛수고에 지나지 않고,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이나 붓다 수준에 이르러야 알 수 있다는 뜻이겠다.

 

범부중생에게 윤회의 주체는 자아로 착각하는 오취온 五取蘊이다. 또한 윤회의 원인은 무명과 갈애에서 비롯하는 업이다. 탐진치에 물든 마음이 업을 일으키고 그 업이 존재를 형성함으로써 생로병사의 윤회가 다시금 펼쳐지는 것이다. 무명과 갈애를 뿌리뽑아 범부중생에서 성자로 탈바꿈한 뒤에야 비로소 오취온이 오온으로 바뀌고 윤회가 마감한다.

 

그렇다면, 아라한과를 얻은 후에 전생의 과보인 오온이 그 수명을 다할 때까지, 생명력이 다하고 감각기관이 파괴되고 체온이 소멸하여, 이 몸과 마음이 한 삶의 주기를 마감할 때까지는 업이 아닌 기계적인 생명활동인 형성작용만 거듭하는 찰라의 무아 윤회만 이어질 뿐이다.

 

일반적으로 윤회는 경험적 개체인 오취온의 수명(전생, 금생, 내생)을 단위로 하므로, 그런 의미에서는 무아윤회는 없고 유아윤회일 따름이다. 무아를 체득한 성자에게 윤회는 종식되므로, 무아윤회는 모순된 표현이자 개념이다. 어떻게 윤회가 시작되었는지는 성자가 된 이후에 자연히 알 수 있기에, 우리는 다만 번뇌를 소멸시키는 데 다만 노력을 기울일 일이다.

 

예류과에서 풀려나는 번뇌 중 하나인 오취온에서는 이 몸과 마음이 자아가 아니라는 깨달음일 따름이다. 이 몸과 마음이 현실적인 자아가 아니지만, 어딘가에 분명 고정불변의 초월적 실체인 자아, 진아, 참나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은, 최대 7번의 윤회를 거치고 나서 획득하는 아라한과에서 ‘자아의식’이 풀려나야만 해결되고 마침내 ‘유아윤회’와 나아가 '무아윤회'가 종식된다. 유여열반과 무여열반이 이에 상응하는 개념이라 해도 무리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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