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업(의도)의 중요성

slowdream 2024. 9. 12. 23:51

업(의도)의 중요성

 

 

삶에서 희로애락을 젖혀놓는다면 생사가 남습니다. 태어남과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정말 깨우쳐야 할 궁극의 대상입니다. 죽음은 태어남을 조건으로 하기에, 결국 태어남의 조건을 밝히는 것이 관건입니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태어남은 존재하고자 하는 갈망을 조건으로 합니다. 12연기에서 10번째 고리인 有(존재)입니다. 존재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아직 현재 삶의 연장선에 있을 경우에는 경험적 개체인 존재의 성향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현재의 삶이 다한 경우에는 다음 생으로의 윤회 조건으로 전개됩니다.

 

또한 존재는 집착(取)을 조건으로 형성됩니다. 이것이 바로 업(業)입니다. 업은 생각, 말, 몸짓의 3가지 형태로 드러납니다. 붓다께서는 업을 곧 의도(의지)라 말씀하셨는데, 그 중요성에 대해서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될 노릇입니다.

 

연기법에 따르면 어떤 행위든 결과를 낳습니다. 선인락과(善因樂果), 악인고과(惡因苦果)로 흔히들 얘기됩니다. 하지만 선한 행위가 불행한 결과를 낳기도 하며, 악한 행위가 행복한 결과를 낳기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연기법의 정확한 이해가 요구되는 까닭입니다. 어떤 결과를 낳는 원인(조건)은 단일단순하지 않고 복잡다단합니다. 우리의 의도, 의지는 여러 조건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복잡다단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의도한 바의 결과가 주어집니다. 정말 죽도록 애써 노력해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도 여러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착한 마음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연민, 동정을 베풀었지만, 그 행위가 어려운 사람의 자립과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며, 부모가 사람 되라며 자식을 따끔하게 나무랐는데안타깝게도 어긋나 버리기도 합니다. 같은 조건에서 씨앗을 뿌려도 모두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는 않습니다.

 

연기법은 기계적 결정론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연론이나, 숙명론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연기법은 인과가 동시에 발생하며, 원인과 결과가 중첩됩니다. 착한 의도로 행한 결과가 고통스럽고 불행합니다. 조건 중의 하나인 의도, 의지의 힘이 다른 조건들을 압도할 만큼 강하지 못하고, 여러 조건들을 고려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나의 의도가 나의 행위의 방향(선악)과 결과(고락)에 큰 영향을 미치자면, 그 의도의 힘이 당연히 여러 조건들을 지배하고 조율할 수 있을 정도로 커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혜가 의도와 함께 동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격언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의도는 그 어떤 조건들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의도한 바대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혜작용이 받쳐줘야 합니다. 그러할 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 앞날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또한 12연기의 有에서 보듯이, 원인으로서의 의도는 행위주체에게도 결과를 불러옵니다. 누적되면서 고착되기 십상인 성향, 습관, 정체성입니다. 성품이 착한 사람이 못된 짓을 쉽게 하지 못하고, 못된 사람이 착한 짓을 쉽게 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주어지지 않는 한, 개인의 성향 즉 마음 생김새는 어지간해서는 그 형태와 방향이 바뀌지 않습니다. 붓다께서 행위의 결과보다도 의도를 더욱 강조한 이유입니다.

 

나아가야 할 길이 먼 범부중생인 우리로서는 결과에 개의치 않고, 다만 선한 의도를 품고서 계속 노력할 따름입니다. 붓다 가르침의 골수인 사성제와 연기법, 3법인을 철저히 이해하면서 지혜를 날카롭게 다듬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지요. 지혜가 무르익고 선한 의도가 뜻한 바 결과를 낳게 된다면 해탈의 길이 가깝다고 여겨도 무리가 아닐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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