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와 똥막대기(도덕경 해설)

도덕경 46장. 도가 있으면 달리는 말이 똥을 싼다

slowdream 2007. 8. 11. 01:27
 

<제 46장. 道가 있으면 달리는 말이 똥을 싼다>


天下有道 却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故知足之足 常足矣


천하에 道가 있으면 달리는 말이 똥을 싼다. 천하에 道가 없으면 오랑캐 말이 성밖에 나타난다. 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화는 없고, 탐욕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 그런 고로 족함을 아는 만족이 영원한 만족이다.



天下有道 却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천하유도 각주마이분 천하무도 융마생어교) 

 

  천하를 道가 지배하면 평화로우니 군마가 똥이나 싸면서 빈둥대고, 천하를 道가 지배하지 않으면 오랑캐가 성밖에까지 쳐들어올 정도로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이 하루도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이든 개개인 사이의 싸움이든 간에, 모든 다툼은 너와 나를 구분하는 분별지와 욕망에서 비롯한다. 31장에서 필자가 ‘무기’를 ‘언어문자, 세속적인 지식’으로 비유했는데, 군마 또한 ‘마음[心]’으로 비유해 보는 것은 어떨지. 즉 道를 섬기면 마음은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는 데 힘을 쏟고, 道를 섬기지 않으면 마음은 늘 삿된 망상과 욕망을 좇느라 잠시도 쉬지 못한다. 욕망은 더 큰 욕망을 낳고, 마침내는 욕망의 주체마저 삼켜버린다. 겉으로는 화려하나 속내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흔히 ‘거품경제’라 비유하는데, 욕망이 거품에 다름 아니다. 거품은 언제고 스러지기 마련, 화려한 날들은 자취를 감추고 불황의 깊은 그늘이 드리우는 것이다.

 

  <장자>에는 다음과 같은 우화가 전해진다. 중국의 전설적 인물 황제(黃帝)가 천자의 지위에 오르자, 현인으로 추앙받는 광성자(廣成子)를 찾아가 지극한 道에 대해서 가르침을 구한다. 그러자 광성자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당신은 세속에 영합하는 하찮은 사람에 지나지 않소.”

  그러자 황제는 천하를 버리고 초가집에서 석 달을 살다가 다시금 광성자를 찾아가 무릎걸음으로 기어와 절을 크게 하고 가르침을 구한다. 道를 구하는 마음이 지극함을 확인한 광성자는 말문을 뗀다.

“눈으로 보는 바가 없고 귀로 듣는 바가 없으며 마음으로 아는 바가 없도록 하시오. 그리하면 당신의 정신은 형체를 온전히 보존하여 영원할 것입니다. 마음을 삼가고, 바깥 사물로 향하는 욕망을 끊어야 하나, 지혜가 많으면 실패할 것입니다.”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故知足之足 常足矣(화막대어부지족 구막대어욕득 고지족지족 상족의) 

 

  44장의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으며, 이로써 영원할 수 있다”와 같은 맥락이다. 佛家에서는 번뇌와 욕망, 갈등이 솟구쳐오르는 것을 ‘원숭이가 나뭇가지 사이를 쉼없이 옮겨다니듯’ ‘강물에 물결이 일 듯’ ‘쉴새없이 떨어지는 폭포처럼’ 등의 비유로 설명한다. 말하자면, 그만큼 다스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선지식(善知識)들은 화두를 들 때의 바른 수행법에 대해서 간곡하게 타이르곤 한다.

 

  서산(西山) 대사의 말씀을 들어보자.

 “참선에는 모름지기 세 가지를 갖춰야 하느리라. 첫째는 큰 신심(信心)이요, 둘째는 분연한 의지요, 셋째는 큰 의심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다리 부러진 솥과 같아서 마침내 쓸모없는 물건이 되리라.”

 

  닭이 알을 품듯, 굶주린 아기가 엄마 젖을 그리듯, 고양이가 생선을 노리듯 그렇게 더없이 간절하여야 한다는 말씀이다 .

 

  당나라의 조주(趙州) 선사에게 엄양(嚴陽)이라는 수행자가 와서 법문을 구했다.

“한 물건도 갖고 오지 않을 때는 어떡해야 합니까?”

“놓아버려라.”

“한 물건도 이미 갖고 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놓아버립니까?”

“그러면 짊어지고 가거라.”

 

  이것이 禪家에서 그 유명한 ‘방하착(放下着)’ 화두이다. 욕망도, 번뇌도, 족함도, 멈춤도, 나아가서는 놓아버림마저도 놓아버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