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와 똥막대기(도덕경 해설)

도덕경 60장. 神이 나타나면 鬼는 사라진다

slowdream 2007. 8. 11. 01:39
 

<제 60장. 神이 나타나면 鬼는 사라진다>


治大國若烹小鮮 以道莅天下 其鬼不神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非其神不傷人 聖人亦不傷人 夫兩不相傷 故德交歸焉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 道로써 천하를 다스리면 그 鬼가 조화를 부리지 못한다. 鬼가 신통력을 부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神 또한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 神이 사람을 해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인 역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鬼와 神, 성인이 서로 해치지 않으니, 德이 서로에게 돌아간다.  


治大國若烹小鮮(치대국약팽소선)

 

  비유가 재미있다. 작은 생선은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다 보면 실상 먹을 거리가 줄어들어 버린다. 나라가 크다 해서 이런 일 저런 일을 자꾸 벌이면 거덜나기 십상이니, 작은 생선 다루듯 조심해야 한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 주위에서 부추기는 소리가 다양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이에 마음이 들떠서 중심을 잃으면 정치와 경제에 혼란이 오고, 백성들이 큰 고초를 겪게 된다. 지도자를 선출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도 정권이 바뀌면 뭔가 보여주겠다는 욕망에 무리한 사업을 자주벌인다. 물론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烹은 ‘삶다’라는 의미인데, 생선을 요리하는 기법에는 굽고, 태우고, 튀기고, 삶는 등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요리하다’로 옮겼다. 원래 중국인은 무슨 요리든 뜨겁게 먹는 습관이 있다. 하다못해 맥주마저도 따뜻하게 데워서 마실 정도이다. 풍토가 다르면 음식문화도 이처럼 다르다. 헌데 위 문장은 다음 문장과는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같은 장에 놓은 까닭을 모르겠다. 오히려 59장의 뒤에 놓는 것이 훨씬 좋아 보인다.


以道莅天下 其鬼不神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非其神不傷人 聖人亦不傷人 夫兩不相傷 故德交歸焉(이도리천하 기귀불신 비기귀불신 기신불상인 비기신불상인 성인역불상인 부양불상상 고덕교귀언) 

 

  道가 천하에 있으면 성인의 무위를 본받아 귀신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이는 비유적인 얘기이고, 본뜻은 鬼는 陰, 神은 陽, 성인은 음과 양을 함께 품은 抱一 즉 道를 가리키며, 음과 양이 道를 좇아 서로 갈마듦으로써 그 德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해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적인 관계가 아니라 緣起的인 공존의 관계임을 말한다. 사람들이 흔히 입에 올리는 ‘神出鬼沒(신출귀몰)’은 ‘자유자재로 출현했다가 사라진다’ ‘초월적인 능력’ 등으로 이해되는데, 실상은 신이 나타나면 귀는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뒤집어서 귀가 나타나면 신이 사라진다. 즉, 음과 양이 서로 번갈아 나타나고 사라지는, 음은 양으로 양은 음으로 펼쳐지는 中道의 이치를 가리키는 것이다.

 

  귀와 신, 혼과 백, 정(精)과 氣 등은 시대와 학문적 입장에 따라 그 개념이 제각기다. <주역>에서는 “精氣爲物 游魂爲變 是故知鬼神之情狀(정기가 물이 되고 유혼이 변이 되며 그런 까닭에 귀신의 정상을 안다)” 라 했다. 物은 생명체로, 물질적 요소인 정기와 비물질적 요소인 유혼[혼백]으로 나뉜다. 그리고 物이 생명을 다하면, 물질적 요소인 정기는 그 형체를 잃고, 비물질적 요소인 유혼은 귀신으로 바뀐다. 귀는 음이므로 땅으로 꺼지고, 신은 양이므로 하늘로 올라간다. 담배를 예로 들면, 담배는 物이며, 재는 정기, 연기는 유혼이랄 수 있겠다. ‘귀신의 정상을 안다’는 말은, 이러한 생멸의 과정을 통해서 음과 양이 서로 갈마드는, 즉 돌아가고, 뒤집히며, 되풀이되는 反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것이다. 反은 易이며, 中道이자 緣起이다. 氣에 관한 최근의 입장은, 기는 음기와 양기로 이루어지는데, 음기는 고정성인 물질[matter, 몸]이며 양기는 활동성인 에너지[energy, 마음]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귀신 얘기가 나온 김에, 성철 스님의 법문 한자락을 마음에 품고 가자.  

“산 사람 둘이 송장 하나를 들고 가니 송장 하나가 산 사람 둘을 메고 온다(兩箇活人舁去一箇死漢 一箇死漢擔來兩箇活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