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장. 위대한 목수를 대신하는 자, 늘 손을 다치니>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孰敢 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是謂代大匠斲 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어찌 죽음으로 그들을 두렵게 할 수 있겠는가. 백성들로 하여금 늘 죽음을 두려워하게끔 만들고, 요상한 짓을 하게끔 하는 자를 내가 잡아 죽이면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하겠는가. 사람을 죽이는 일을 떠맡는 자는 늘 있다. 무릇 그를 대신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위대한 목수를 대신해서 깎는다고 일컫는다. 위대한 목수를 대신하는 자가 그 손을 다치지 않기란 매우 드물다.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孰敢(민불외사 내하이사구지 약사민상외사이위기자 오득집이살지 숙감)
죽음 앞에서는 초연해질 수 없다. 가는 곳을 모르기 때문이다. 삶이란 빗발로 인해 창이 흐려진 차를 타고 목적지를 모른 채 달려가는 것과도 같지 않을까. 그러나 가는 곳을 안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가는 곳을 알면 온 곳도 알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눈에 담게 된다. 자신이 탄 차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분명해지고, 창밖 풍경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백성들로 하여금 늘 죽음을 두려워하게끔 만들고, 요상한 짓을 하게끔 하는 자를 내가 잡아 죽이면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하겠는가’는 춘추전국시대 지배자와 그들에게 통치철학을 제공하는 지식인들의 행태를 비유한 것에 다름 아니다. 온갖 화려한 도덕과 윤리로 백성들의 눈을 멀게 만들고, 틀을 벗어나는 자에게는 죽음을 강요하는 시대상을 노자는 한탄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동떨어진 불연속적인 세계로 이해하는 저변에는 세속적인 권력에 대한 욕망이 짙게 깔려 있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해질수록 사람은 현실과 체제에 순응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소중한 삶이기에, 모난 돌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인 것이다. 노자는 이상향의 세계를 꿈꾼다. 모든 사람이 道를 섬기고, 무위의 삶을 꾸리는. 삶과 죽음은 낮과 밤이 서로 갈마들고, 봄과 겨울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고, 삶에 대해서 집착할 무엇도 없다. 허나 명리와 욕망에 시달리는 자들은, 좀더 많은 것을 지배하고 소유하고 군림하고자 애쓴다. 그러기에 道와 무위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死中有活 未是活人
活中有死 未是死人
死中常死 正是活人
活中常活 正是死人
죽음 가운데 삶이 있음은 산 사람이 아니요
삶 가운데 죽음이 있음도 죽은 사람 아니다
죽음 가운데 항상 죽은 것이 참으로 산 사람이요
삶 가운데 항상 산 것이 참으로 죽은 사람이다.
성철 스님의 법문인데, 음미해 봄은 어떨까 싶다.
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是謂代大匠斲 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상유사살자살 부대사살자살 시위대대장착 부대대장착자 희유불상기수의)
유한한 삶을 지배하는 것은 권력도, 총칼도, 지식도 아니다. 바로 道이다. 위대한 목수는 道의 비유로, 가히 조물주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피조물인 인간은 조물주를 넘봐서는 안 되며, 순응하는 길밖에는 없다. 그것이 바로 무위의 삶인데, 유위로써 무위를 가로지르고 어지럽히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문제이다. 노자는 그들을 가리켜 ‘어지러움의 우두머리’라고 비난하지 않았던가. 우스갯소리로, 기우제를 지내서 비가 오는 게 아니라 비가 올 때쯤 제를 지내서 비가 오는 것이다. 뒤가 구린 사람들일수록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을 들먹인다. 위대한 조물주와 소박한 백성들을 농락하고 희롱하는 죄가 적지 않다. 아무리 놀라운 솜씨를 자랑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손은 위대한 목수인 道의 손놀림에 비하면 늘 상처 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7장에서도 “잘 걷는 사람은 자취를 남기지 아니하고, 잘하는 말은 흠이 없다”라 하였는데, 유위의 어설픈 솜씨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영구예미(靈龜曳尾)란 사자성어가 있다. 신령한 거북이가 모래 속에 알을 낳고서 다른 짐승이 눈치 못 채도록 꼬리로 발자국을 지우면서 떠나지만 결국 그 꼬리의 흔적 때문에 들키고 만다는. 유위의 어리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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