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장. 빚 독촉을 하지 않는 성인>
和大怨 必有餘怨 安可以爲善 是以聖人執左契 而不責於人 有德司契 無德司徹 天道無親 常與善人
큰 원한은 화해하더라도 여운이 남는다. 그런 즉 어찌 잘된 일이라 하겠는가. 그러므로 성인은 부채 장부를 갖고 있어도 빚 독촉을 하지 않는다. 德이 있는 사람은 장부를 다루고, 德이 없는 사람은 징수를 다룬다. 하늘의 道는 편애하지 않으며 선한 사람과 늘 함께 있을 따름이다.
和大怨 必有餘怨 安可以爲善 是以聖人執左契 而不責於人 有德司契 無德司徹 天道無親 常與善人(화대원 필요여원 안가이위선 시이성인집좌계 이불책어인 유덕사계 무덕사철 천도무친 상여선인)
契는 칼로 나뭇조각에 약속을 새겨넣은 증표를 본뜬 것이 그 어원이다. 고대 설화나 신화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는, 비단이나 거울ㆍ대나무 등을 둘로 나누어 사랑이나 믿음의 증표로서 서로 간직하는 장면인데, 바로 계에서 비롯한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부채를 기록하는 장부를 목계(木契)라 하였다. 대나무를 둘로 쪼개고 한쪽에는 채무의 내용을, 한쪽에는 채권의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채무의 내용을 좌계라 하고, 채권의 내용을 우계라 하는 것이 통설이다. 그리고 徹은 주(周)나라의 세법으로 농민들은 곡물의 10분의 1을 나라에 바쳐야 했다.
비유치고는 어줍잖아 보이지만, 지배계급의 수탈이 얼마나 극심했으면 이런 자리에까지 등장했겠는가. 생산력이 낮은 시대에 곡물은 곧 목숨과 직결된다. 그러기에 세금을 빌미로 이루어지는 곡물의 착취와 수탈은 백성들의 원망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받을 빚이 있어도 결코 빚 독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인은 불변의 마음이 없으며,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 선한 사람은 선으로 대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 또한 선으로 대한다. 그 德이 바로 선이다. 신실한 사람은 신실하게 대하고, 신실하지 않은 사람도 신실하게 대한다. 그 德이 바로 신뢰이다.”(49장) 이제껏 노자가 피력한 성인의 무위에 대한 비유치고는 참으로 어설프기 짝 없지만, 이런 자리를 빌려서 지배계급의 탐욕과 횡포를 고발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선한 사람은 하늘의 道를 받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곧 유덕한 사람을 뜻한다. 그런 즉 불선한 사람은 곧 무덕한 사람이다. 유덕자는 빚 독촉을 하지 않는 성인이고, 무덕자는 착취와 수탈을 일삼는 지배계급이다. 無親은 5장의 不仁과 같은 의미이다. 5장에서“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고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취급할 따름이다. 성인 또한 어질지 않으며,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라 했는데, 지배계급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79장 또한 전반적인 흐름에서 벗어난 느낌이 크므로, 노자의 작품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老子와 똥막대기(도덕경 해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덕경 81장.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0) | 2007.08.11 |
---|---|
도덕경 80장. 닭과 개가 짖는 소리 서로 들리나 (0) | 2007.08.11 |
도덕경 78장. 바른 말은 뒤집혀 보인다 (0) | 2007.08.11 |
도덕경 77장. 남은 것은 덜어내고 모자란 것은 보태는 (0) | 2007.08.11 |
도덕경 76장. 그대도 나도 한바탕 꿈에 젖어 있으니 (0) | 2007.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