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장.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 聖人不積 旣以爲人已愈有 旣以與人已愈多 天之道 利而不害 聖人之道 爲而不爭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선한 사람은 말을 잘하지 못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박식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성인은 소유하지 않는다. 타인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나 그럼으로써 오히려 자신에게 많게 되며, 타인에게 모든 것을 다 주나 그럼으로써 오히려 자신에게 많아진다. 하늘의 道는 이로울 뿐 해롭지 않다. 성인의 道는 베풀되 다투지 않는다.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신언불미 미언불신 선자불변 변자불선 지자불박 박자부지)
몇 차례 언급했지만, 여기서 善은 흔히 얘기하는 ‘착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道를 섬기는 것을 뜻한다. 美言이란 알맹이는 없고 겉만 화려한 미사려구를 가리킨다. 결국 道를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만이 수다스럽다(知者不言 言者不知)는 얘기이다. 언어와 문자는 결국 방편에 지나지 않으므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자는 얘기이기도 하다.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말할 수 있는 道는 불변의 道가 아니며,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불변의 이름이 아니다).”(1장)
禪家에서 선지식들이 제자들로 하여금 道의 실마리를 움켜쥐게끔 방편을 쓰는 것을 가리켜 탐간영초(探竿影草)라 일컫기도 한다. 탐간은 어부가 고기를 잡을 때 활용하는 도구로 긴 장대 끝에 오리 깃털을 묶어서 만든다. 물 속의 고기떼를 탐간으로 휘저어서 한쪽으로 모은 다음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는다. 영초(影草) 또한 고기를 잡는 방법의 하나인데, 풀을 물위에 던져놓고 고기떼가 그 풀더미 그늘에 숨기를 기다렸다가 그물에 담는 것을 말한다. 노자가 스스로를 부정하면서까지 입이 아프도록 <도덕경>을 설한 것도 道의 실마리를 잡게끔 배려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聖人不積 旣以爲人已愈有 旣以與人已愈多 天之道 利而不害 聖人之道 爲而不爭(성인부적 기이위인기유유 기이여인기유다 천지도 이이불해 성인지도 위이부쟁)
앞문장에서 道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여기에서는 德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2장의 내용과 같다. “성인은 무위로써 일을 처리하고, 말없는 가르침을 행한다. 만물을 다스리되 사양하지 아니하며, 가꾸되 소유하지 아니하며, 할 바를 다하나 자족하지 아니한다. 공을 이루되 주장하지 아니하며, 그런 까닭에 공이 헛되지 아니한다.”
<도덕경>을 道經과 德經 두 부분으로 나누었지만, 실상 1장이 도경의 압축이며 2장은 덕경의 압축이다. 그런 즉, <도덕경>의 마무리는 1장과 2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反의 이치를 좇자면 시작이 끝이요, 끝이 시작 아니겠는가.
긴 여정의 끝, 설두(雪竇) 스님의 게송으로 땀방울을 식혀보자.
見聞覺知非一一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이 하나하나가 아니니
山河不在鏡中觀 산과 강은 거울 속에 있지 않네
霜天月落夜將半 서리 낀 하늘 달이 져서 한밤중인데
誰共澄潭照影寒 뉘라서 나와 함께 맑은 못에서 차디찬 그림자를 비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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