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밥을 생각하지 말라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지 말라. 산승이 지난날 견처가 없었을 때는 도무지 캄캄하고 답답하였다. 세월을 헛되이 보낼 수 없어서 속은 타고 마음은 바빠서 분주히 도를 물으러 다녔다. 그런 뒤에 힘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오늘에 이르러 같이 도를 닦는 여러분들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도를 닦는 그대들에게 권하노라. 옷과 밥을 생각하지 말라. 세월은 쉽게 지나가고 선지식은 만나기 어려워, 우담바라 꽃이 때가 되어야 한 번 피는 것과 같다.
의심하지 말라
마음을 잘못 쓰지 말라. 마치 큰 바다가 죽은 시체를 그냥 머물러 두지 않듯 하니라. 그렇게 한 짐 잔뜩 짊어지고 천하를 돌아다니니, 스스로 견해의 장애를 일으켜 마음을 막는 것이다. 해가 뜨고 구름 한 점 없으니 아름다운 하늘에 온통 햇빛이 비친다. 눈에 병이 없으니 허공에 꽃이 없다.
그대들이 법답게 되기를 바란다면 오직 의심을 내지 말라. 펼치면 온 법계를 싸고도 남는다. 거두면 실 끝도 세울 데가 없다. 뚜렷하고 호젓이 밝아 일찍이 조금도 모자란 적이 없었다. 눈으로도 볼 수 없고 귀로도 들을 수가 없으니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겠는가?
옛사람이 이르기를,
“설사 한 물건이라 하여도 맞지 않다” 하였다.
그래들은 다만 자기 스스로를 보아라. 더 이상 무엇이 있겠는가? 설명한다 해도 끝이 없다. 각자가 힘껏 노력하여라. 편히 쉬어라.
출처 : <임제록 강설>(무비스님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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