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결론
즈냐나스리미뜨라의 가탁이론은 서론에서 제기한 문헌학적 해석과 철학적 사유의 정당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토대이다. 이 이론은 즈냐나스리미뜨라가 다르마끼르띠학파의 논서 전통을 역사적으로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기존의 논서들에서 제기되지 않았던 새로운 철학적 사유의 결론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탁이론을 제시함으로써 즈냐나스리미뜨라는 다르마끼르띠의 사유 전통에서 논의되었던 이론들을 재구성하고 재사유할 수 있는 유연성과 동시에 일관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이론은 매우 혁신적이고 철학적인 사유의 결론이다.
결론적으로 즈냐나스리미뜨라는 다르마끼르띠가 설명한 모든 것이 논리적이라는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그가 지지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논서의 전통과의 관계에서는 문제시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최소한 ‘가탁이론’을 논의함에 있어서 기존에 제기되지 않았던 새로운 질문에 대한 해석과 마주할 필요가 있다. 어떤 특정 부분의 해석에서 주석자 내지는 그 해석자의 주장이 궁극적으로 논서의 원저자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또 다른 ‘가탁’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만약 후자라면 우리는 가탁이론에서 포함하고 있는 부분적 진실은 누구를 위하여 어떤 목적을 위하여 설명되고 있는지를 물어야만 한다. 또한 어떤 특정한 주장이 무엇 때문에 특정한 상황의 문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해석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즈냐나스미뜨라의 논의 방법은 불교인식론의 논서들에 대한 단순히 문헌 주석적인 해석이나, 철학적인 사유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관점에서 지성사도 함께 고려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의 방법의 균형적인 조합에 의해서 즈냐나스리미뜨라는 전통주의자이면서도 혁신주의자라고 스스로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다르마끼르띠의 논서들을 다양하게 직접 인용하여 전통적인 배제이론들을 정당화하면서도 다르마끼르띠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현대학자들이 제시하였듯이 즈냐나스리미뜨라의 배제이론은 단순히 다르마끼르띠의 이론들을 재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다르마끼르띠의 논서를 인용하는 즈냐나스리미뜨라의 구체적인 동기와 직접적인 목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즈냐나스리미뜨라의 논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구체적으로 의도하고 있는지를 핵심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접근 방식은 단순히 즈냐나스리미뜨라의 논서를 해석하는 것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불교인식론의 전통과 산스크리뜨 논서들에 대한 이해로 확대되어야 한다. 산스크리뜨로 쓰여진 철학 논서들이 어떻게 왜 그와 같이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의 연구는 단순히 표면적인 분석과 이해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특정 논서에서 하나의 주장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뿐만 아니라, 왜 그 저자가 그 주장을 그와 같은 방법이나 입장에서 어떤 청중들을 대상으로 논의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고려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각각의 사상가들을 독립된 논서의 저자로 간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비록 그 저자가 정교하게 전개되고 있는 논서와 철학적 전통의 계승자로서 스스로를 규정할지라도 그의 주장이 기존의 전통적 논서에서 기술된 주장들의 재반복에 지나지 않는다고만 가정할 이유는 없다.
분명히 그들의 견해는 계승자로서의 입장과 혁신자로서의 입장을 잘 조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논서의 주석들을 연구할 때 이러한 고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논서의 주석이나 재주석을 연구함에 있어서 그것들이 철학적으로는 창조적인 사유가 결여되고 오직 근본 논서의 본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있는 신뢰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만을 고려하는 문헌학적인 접근 방식과 일정 정도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즈냐나스리미뜨라는 그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혁신적인 철학적 사유들 보여주고 있으며, 그의 논서들은 이러한 이해에 바탕해서 연구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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