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인 학륵나가 항상 오백 무리의 학들이 그를 따르는 까닭에,
그 숙세의 인연을 여쭈니 마라나[22조] 존자가 이르시길,
“그대는 넷째 겁 가운데에 비구가 되어 용궁의 공양 청을 받고서 가려 하는데,
그 오백 제자가 한 사람도 묘한 공양을 감히 받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 제자들이 말하기를,
‘스님께서 늘 설법하시길 음식에 평등하면 법에도 평등하다고 하시더니,
이제 이미 그렇지 않은데, 어찌 성인이 있으리요?’
하니, 그들을 데리고서 모임에 갔다.
이로부터 생을 버리고 생에 나아감에 더욱더 여러 나라로 다니면서 교화하였으나,
그 오백의 제자는 복덕이 얇은 까닭에 깃을 가진 종족이 됨이요,
지금도 너의 은혜에 감동되었기 때문에 서로 따른다.”
학륵나가 말하길,
“어찌해야 그들이 해탈할 수 있겠습니까?”
“위 없는 법보가 있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잘 듣고 받아서 지녀라.
마음이 온갖 경계를 따라서 움직이나
움직이는 곳마다 그윽하니라
흐름을 따라 성품을 깨달을 수 있다면
기쁨도 근심도 없으리라
心隨萬境轉(심수만경전) 轉處悉能幽(전처실능유)
隨流認得性(수류인득성) 無喜亦無憂(무희역무우)”
그러자 학의 무리가 그 게송을 듣고 슬피 울면서 떠나갔다.
<경덕전등록>
'***풍경소리 > 염화실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자는 사람을 물고 한(韓)나라 개는 흙덩이를 쫓느니라 (0) | 2007.10.09 |
---|---|
심불반조(心不返照) 간경무익(看經無益) (0) | 2007.10.09 |
한결 같은 흰 명주 (0) | 2007.10.09 |
화살이 급하구나 (0) | 2007.10.09 |
풀잎에 의지한 정령 (0) | 2007.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