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불교/서장(書狀)

이참정에게 답하는 편지

slowdream 2007. 10. 10. 14:32
 

이참정에게 답하는 편지


...바야흐로 이러한 인연은 전해줄 수도 없고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님이니, 반드시 스스로 증득하고 스스로 깨달아야 하며, 스스로 즐기고 스스로 쉬어야만 비로소 머리까지 사무친 줄 믿게 될 것이다.

그대가 요즘 한 번 웃음에 얻은 것들을 몰록 잊었다고 하니, 무릇 다시 무엇을 말할 것인가?


황면노자[부처님]가 말씀하시길, “중생의 말한 바인 온갖 유위의 허망된 일을 취하지 말 것이며, 비록 다시 언어의 길을 의지하지 않으나 또한 다시 말이 없는 것도 집착하지 말라!”고 하시니, 보내온 편지에 말한 바 “이미 얽히고 막힌 정을 잊고, 또한 기특한 생각도 짓지 않는다”고 하니, 넌지시 황면노자의 말할 것과 더불어 계합하도다. 곧 이와 같이 말하는 사람은 이름하여 ‘부처님 말씀’이라고 함이요, 이와 다르게 말하는 사람은 곧 마구니의 말이니라.

내가 평소에 큰 서원이 있었으니 “차라리 이 몸으로써 모든 중생을 대신하여 지옥의 고통을 받을지언정, 끝내 이 입으로 부처님의 법을 가져서 인정을 위하여 모든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지 않겠노라”고 하였다. 그대가 이미 이러한 지위에 도달했으니, 이 일이 사람을 좆아서 얻지 못한다고 함을 스스로 알 것이다. 다만 또 옛을 인할지언정, 다시 큰 법을 밝히고 밝히지 못함과 근기에 응함에 막히고 막히지 않음을 모름지기 묻지 말지니, 만약 이러한 생각을 한다면 곧 옛을 인하지 못함이라.


...지난날 내가 말하길 “이치는 곧 몰록 깨달을 수 있음이라 깨달음을 타고서 모두 소멸하거니와, (오음망상의) 일은 몰록 제거할 수 없는지라 차례를 인하여 다한다”고 하였으니, 행동하고 머무르고 앉고 누움에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라. 그 나머지 고인의 (병에 응하여 약을 주는) 갖가지 차별된 글귀도 모두 진실로 여겨서는 안 됨이나, 그렇다고 또한 헛되다고도 여기지 말지니, 오래오래 순숙하면 저절로 말없이 자기의 본래 마음에 딱 맞을 것이니, 반드시 따로 뛰어나게 기이하고 특이함을 구하지 말지니라.


...몽산도명 선사가 노행자[6조 혜능]를 쫓아 대유령에 도달하여 의복과 바리때를 빼앗으려 하거늘, 노공이 바위 위에 던지면서 말씀하시길, “이 옷은 믿음을 표시함이라, 힘으로 다툴 수 있겠는가? 그대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하니, 도명이 들어도 움직이지 않거늘 곧 말하기를, “저는 오직 법을 구함이지 의복과 바리때를 위하지 않으니, 원컨대 노행자께서는 열어 보여주소서”라고 하니, 노공이 말씀하시길, “선한 것도 생각하지 말며, 악한 것도 생각하지 말라. 바로 이러한 때를 당하여 어떤 것이 상좌의 본래면목인고?”라고 하니, 도명이 당시에 크게 깨닫고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울면서 예를 갖추어 말하길, “위로부터 온 비밀한 말씀과 비밀한 뜻 밖에 또다시 다른 뜻이 있습니까?”라고 하니, 노공이 말씀하시길,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말한 것은 곧 비밀한 뜻이 아니거니와, 네가 만약 자기의 면목을 돌이켜 비춘다면 비밀한 뜻이 도리어 너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한다면 곧 비밀스럽지 않다”라고 하시니...그대가 한 번 웃는 가운데 석연한 것과 비교한다면 우열이 어떠한고? 청컨대, 스스로 판단해 봐라. 또다시 달리 기특한 도리가 있겠는가? 만약 다시 달리 있다면, 곧 도리어 일찍이 석연하지 않은 것과 같으니라. 다만 부처 지을 줄만 알지언정, 부처가 된 뒤에 말할 줄 알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