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불교/서장(書狀)

유시랑에게 답하는 두 번째 편지

slowdream 2007. 11. 1. 18:40
 

유시랑에게 답하는 두 번째 편지


우리 부처님 대성인께서 능히 모든 상을 비우시어 만법의 지혜를 이루셨으나, 능히 정업(定業)은 바로 없애지 못하셨거늘 하물며 박지범부랴? 거사는 이미 그 가운데 사람이니 아마 또한 이 삼매에 들리라. 옛적에 어떤 스님이 한 노장에게 묻되, “세계가 이렇듯 뜨거우니 알지 못커라. 어느 곳을 향하여 회피하오릿고?”하니, 노장이 이르시되 “들끓는 가마솥이나 화로 숯불 속을 향하여 회피할지니라.” 이르되 “다만 저 들끓는 가마솥이나 화로 숯불 속에서 어떻게 회피하리잇고?”이르시되 “뭇 고통이 이를 수 없느니라” 하시니, 원컨대 거사는 평상시 모든 행위 가운데 다만 이와 같이 공부를 지어서 노장의 말씀을 소홀히하지 말지어다. 이것이 이 묘희[대혜]의 효험을 얻은 처방약이라. 거사와 더불어 이 도가 서로 계합하며 이 마음이 서로 알지 않는다면 또한 기꺼이 용이하게 전해주지 못하리니, 다만 한 생각 상응한 초탕을 내려쓸지언정, 다시 다른 탕약을 사용하지 말지어다. 만약 다른 탕약을 사용한다면 사람으로 하여금 미치게 하리니, 가히 알지 못하면 안 되느니라.


한 생각 상응한 풀은 다른 사람에게 구해 쓰지 못함이라. 또한 다만 거사의 모든 행위 가운데 밝은 곳은 해와 같이 밝고 검은 곳은 옻과 같이 검으니, 만약 손 닿는 대로 집어와서 본지풍광으로써 한번 비춘다면 그릇된 것이 없어서, 또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또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으리라. 그러므로 부처와 조사가 함께 이 약으로써 가마솥 화로 숯불 속을 향하여 고뇌 받는 중생의 나고 죽는 큰 병을 고치셨으므로, 이름이 대의왕이시니, 알지 못하겠구나, 거사는 또 믿을 수 있겠느냐? 만약 말하기를 “나는 스스로 부자(父子)가 전화지 못하는 묘한 비방이 있다”고 하여 들끓는 가마솥 화로 숯� 속을 향하여 회피하는 묘술을 쓰지 않을진댄 도리어 거사의 보시함을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