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불교/서장(書狀)

종직각에게 답하는 편지

slowdream 2007. 10. 30. 18:56
 

종직각에게 답하는 편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중생이 전도하여 자기를 미혹해 사물을 쫓는다”하시니, 사물은 본래 자성이 없거늘 자기를 미혹한 사람이 스스로 쫓을 뿐이며, 경계는 본래 차별이 없거늘 자기를 미혹한 사람이 스스로 차별할 따름이니라. 이미 날마다 차별경계를 겪는다 하고, 또 불법 가운데 있다 하니, 이미 불법 가운데 있다면 곧 차별경계가 아니요, 이미 차별경계 가운데 있다면 곧 불법이 아니라, 하나를 잡으면 하나를 놓거니, 무슨 요달할 기약이 있으리요?


...화두를 들 때에 도무지 허다한 기량을 짓지 말고 다만 행주좌와 하는 곳에 간단(間斷)함이 없게끔 하며, 희로애락하는 곳에 분별을 내지 말라. 들어서 오고 들어서 가며, 보아 오고 보아 가매 이치의 길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마음이 애타고 갑갑함을 깨달을 때가 바로 본인의 몸과 목숨을 놓아버릴 곳이니, 기억해 취하고 기억해 취할지어다. 이와 같은 경계를 보고 문득 마음으로 물러서지 말지니, 이와 같은 경계가 바로 부처를 이루고 조사를 짓는 소식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