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랑에게 답하는 편지
...최근 몇 해 이래로 총림 가운데 한 종류가 삿된 말을 부르짖어서 종사된 자들이 있어 학자에게 일러 이르되 “다만 그저 고요함만 지켜라”하나니, 알지 못커라. 지키는 것은 이 어떤 물건이며 고요한 자는 이 어떤 사람인고? 반대로 말하되 “고요한 것이 기본이라”하고, 도리어 깨달음이 있음을 믿지 아니하여 이르되 “깨달음이란 지엽적인 것이라”고 하며, 다시 인용하기를 “어떤 스님이 앙산에게 물어 이르되 ‘요즘 사람도 도리어 깨달음을 빌립니까?’하니, 앙산이 이르시되 ‘깨달음은 곧 없지 않거니와 두 번째에 떨어져 있음을 어찌하랴?’”하시니, 어리석은 사람의 면전엔 꿈을 말하지 못하겠도다.
곧장 실다운 법이라는 알음알이를 지어서 이르되 “깨달음이 둘째번에 떨어진다”하나니, 자못 위산스님의 스스로 학자를 경각시킨 말씀을 두시어 곧바로 뼈아프게 간절히 말씀하시되 “지극한 이치를 연궁함은 깨달음으로써 법칙을 삼는다(硏窮至理 以悟爲則)”고 하심을 알지 못하도다. 이 말씀을 또다시 어느 곳을 향하여 붙일고? 위산스님이 뒷사람들을 의혹으로 그르치게 해서 둘째 번에 떨어져 있게 하고자 했다고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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