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윤기봉 거사

slowdream 2008. 2. 9. 23:21
 

  

  윤기봉 거사(http://beinnow.com/ '적천단상' 사이트로 蕭湛의 즐겨찾기에도 올려놓았습니다)의    <반야심경 해설>을 옮겨봅니다. 일면식도 없지만, 아주 우연한 기회에 거사님의 글을 읽게 되었지요. 일단은 기존의 출가자 위주의 경전 해설서와는 다른 화법(문체, 호흡, 사례 등)에서 호감이 갔습니다. 그리고 거사님의 논지를 대할수록 그 깊이에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겠다 싶기도 한 구석들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적인 차원이지 근본적인 의미에서는 여타의 해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반야심경>은 제가 즐겨 암송하는 경전입니다. 300자도 안 되는 분량이지만, 부처님 가르침의 골수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는 생각에, 언제고 꼭지가 무르익으면 나름대로의 안목으로 해설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거사님의 해설에 좀더 양념을 얹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지만 ^^*...

 

  현재 한국 불교의 위상은 출가자 승단 위주로 단단하게 틀이 잡혀 있습니다. 그 바탕에는 물론,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출가자에 대한 존경심이 자리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 부정적인 울림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범(凡)과 성(聖), 진(眞)과 속(俗)의 이분법적 도식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출가는 집을 영영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육조 혜능선사께서 "법은 세간에 있나니, 세간에서 세간을 떠나는 것이니라" 일갈하신 것도 분별심을 버리라는 노파심이겠지요.   대승불교 운동이 일어난 역사적 배경,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인 중국 선불교가 발흥한 것은, 기존 교단의 조직과 가르침의 방편, 그 환경, 말하자면 내적. 외적인 한계가 극에 달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닐 겁니다.  이 또한 불법의 이치를 고스란히 따르는 것이겠구요.

 

  숭산 스님의 외국인 제자 현각 스님이 '한국 스님들은 너무 높은 곳에 있다'고 슬그머니 한말씀 하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말씀은, 한국 불교의 출가자들은 대체로 세속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있어서 '시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작태'를 이해하기에는, 아니 작태의 근본을 알기는 하되 그 정황에 대해서 세속적인 태도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지 않느냐, 하는 질책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기에 환경문제나, 정치사회 문제에 관련한 출가자들이 종종 부정적으로 세인의 입에 오르내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교텔레비전 사이트에서 현각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일부분 보았는데, 무척 쉽고 일상적인 화법이라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윤기봉 거사님의 해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특히 난삽하기 그지 없는 한문 법문을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오고, '나'라는 차원에서 이치를 하나씩 펼쳐나가는 태도 또한 무척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사실 '나' 또는 '나를 둘러싼 환경'을 벗어난 차원에서의 얘기는 지극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일 수 있거든요.

 

  1980년대 민주화투쟁 때 민중들 사이에서 널리 애창되었던 노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랫말이 김남주 시인의 작품인 것을 모두 알고 있겠지요. 난데없이 오래 전 얘기를 꺼낸 까닭은, 김남주 시인의 어느 시 구절이 문득 연상되어서입니다. 김남주 시인은 아들의 시를 들여다다본 어머니 말씀을 인용해서 이렇게 시를 얘기합니다. "아따 고것도 시다냐, 고라믄 나도 쓰것다이잉." 거사님의 법문을 들여다본 사람들 또한 이런 탄식을 내뱉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불법, 거 별 거 아니네!!!"

 

  얘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윤기봉 거사님의 자상한 해설의 결론은 부처님과 역대 조사님들의 말씀과 다르지 않습니다. 곧 "직지인심" 이요, "견성성불"입니다. 다만 새롭다 할 것은, 난해한 한문 경전과 또한 고준하고 난해한 기존의 해설, "용맹정진"과 "확철대오"에 주눅든 "더없이 소박하고 미련한" 중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손길이 아닐까 싶네요. 참으로 소중한 인연인 거사님과의 만남입니다. <반야심경>에 이어서 <금강경> <육조단경> 해설도 짬나는 대로 옮겨놓을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거사님의 말씀으로 인해 좀더 넉넉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사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蕭湛  .().

'***풍경소리 > 如如한 날들의 閑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정.혜.  (0) 2008.09.21
행복한 눈물  (0) 2008.02.10
하루를 열며  (0) 2008.02.06
비움과 채움  (0) 2008.01.01
운명, 천기누설?  (0)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