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부처님
달이 은하수를 지나느라 닳고 닳아서
저리도 둥글어졌는가.
희고 흰 얼굴에서 빛을 놓아 대천세계를 비추네.
성성이들이 팔을 이어 부질없이 달을 잡으려고 하나
달은 본래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네.
月磨銀漢轉成圓 素面舒光照大千
월마은한전성원 소면서광조대천
連臂山山空捉影 孤輪本不落靑天
연비산산공착영 고륜본불낙청천
-『보신송(보신송)』
“천 강에 물이 있으니 천 강에 달이 있다(千江有水千江月).”라는 말이 있다. 천 강에 있는 달은 진짜 달은 아니고 그림자 달이다. 하늘에 있는 달이 진짜 달이다. 불교의 말은 비유나 상징적인 표현이 매우 뛰어나다. 달 이야기도 역시 아름다운 비유의 말이다. 여기에서 달은 부처님을 비유한 것이다.
부처님은 그 설명이 복잡다단하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에는 막연하나마 높이 우러르는 높고 높은 부처님, 위대하신 부처님, 만행만덕을 다 갖추시고 지혜와 자비가 충만하신 부처님이 있다. 때로는 비가 되고 때로는 바람이 되어 중생들이 소원 발하는 것마다 다 들어주시는 그런 부처님이 있다. 세상에서 그와 같은 부처님과 비슷한 것을 찾다가 저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보름달을 보고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무수겁 동안 보살행을 닦아서 그와 같이 훌륭하게 되었듯이, 저 달도 은하수의 영롱한 보석 밭을 돌고 돌아서 저렇게 둥글어졌다. 그 희고 흰 얼굴은 얼마나 고운가. 그 빛은 또 얼마나 빛나는가. 그 빛이 삼천대천세계를 모두 비춘다. 온 우주를 다 비추고 우리들의 마음까지 속속들이 다 비춘다.
그러한 달이 저 못 속에 떨어져 있다. 사람들은 세상에 부처님이라는 성인이 출현하여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복을 내린다고 하여 온갖 공양거리들을 이고 지고 가서 받들어 올린다.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이 그 마을 뒷동산에 살았다. 사람들이 하는 일을 평소에도 흉내를 잘 내는 그들은 ‘우리들도 공양거리를 부처님께 올리자’고 의논하였다. 그러나 사람들보다 다른 아주 특별한 공양거리를 올리기 위해 찾다가 마침 큰 연못에 떨어져 있는 보름달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모두 나무 위에 올라가서 팔을 뻗고 또 이어가며 뻗어서 건지려고 하였는데, 그 달은 건질 때마다 흩어졌다. 기다렸다가 또 건지고 또 건지고를 하다가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은 힘이 다하여 모두 연못에 빠져 죽었다. 그 갸륵한 마음씨 덕분에 뒷날 다시 태어나서 5백 아라한이 되었단다.
달은 본래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데 그림자 달을 잘못 알고 건지려 했다. 법당 기둥에 주련으로 써서 걸어두고 부처님을 찾는 사람들에게 참 부처님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글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법당의 천불 만불은 모두가 응화신이다. 심지어 역사적인 석가모니 부처님 까지도 역시 응화신이다.
진짜 부처님은 언제나 변함없이 떠 있는 하늘의 달 같은 우리들의 마음이다. 그 달은 은하수 보석 밭에 닳고 닳아서 둥글게 된 것이 아니다. 설사 초생달이나 반달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그렇게 볼 뿐 본래의 달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부처님도 수행을 통해서 얻어진 그런 모습의 부처님은 진정한 부처님이 아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도 본래의 마음 달은 다르지 않으며 그 다르지 않은 것이 참 부처님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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