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파도가 어찌 바다를 잊으리

slowdream 2008. 9. 25. 10:10

파도가 어찌 바다를 잊으리

 

 

통이 녀석이 보채는 바람에 눈을 뜨자마자, 산책길에 나섰다.

10여 미터 앞에서 온갖 풍경에 넋이 빠진 통이가 가끔씩 뒤를 돌아다보며 나를 확인한다.

자그마한 숲이라 하더라도 시야를 가리는 곳은 많아,

녀석이 보이지 않아 부르면 쪼르르 달려와 꼬리를 흔들고는 이내 사라진다.

오호라, 나의 마음이 이러할진대!

오롯이 마음 하나 붙잡으려 애쓰나 그 마음은 이내 저 바깥 풍경에 눈이 멀어 잡힐만 하면 달아나버린다.

 

마음이 무엇이냐.

묻는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네’ 마음이다.

허면 ‘너’와 ‘나’의 마음이 아닌 그 마음은 무엇인가.

쉬어라.

 

일심에 두 문이 있나니, 진여문과 생멸문이라.

들어서고 나가섬에는 차별이 없어, 그 어디에도 머무름이 없도다.

그리하여, 쉬고 또 쉴 따름이어라.

 

바다(진여)가 마음의 體라면, 파도(무명)는 마음의 相이라.

길을 나서면 고단한 몸과 마음에 늘 집이 그리워지듯, 파도가 어찌 바다를 잊으리오.

그리하여 무명 또한 마음이나니, 다만 앞파도를 좇는 뒷파도를 쉬어야 할 것이니라.

청정한 하늘에 구름이 홀연히 드리워지나, 구름을 거두고자 하면 내내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리.

그저 내버려두면 절로 흩어져 사라질 것을.

제행무상이요, 제법무아요, 열반적정이라.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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