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그늘을 약속하고
구름은 비를 약속하며...
날줄과 씨줄이 만나 고운 천을 이루듯
삶은 다양한 만남을 통해 펼쳐치며,
그 외피에 의미가 각인된다.
부모와 자식과의 만남으로써 내가 태어나고
나와 그녀와의 만남으로써 부부의 연이 맺어지고
눈길과 눈길이 만나 그 마음이 하나로 흐르며,
손과 손이 만나 열 마디 말로써
전하지 못하는 그 무엇을 체온으로 건넨다.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 의미가 외피에 주름져 각인되면
또다른 만남과 의미가 그 주름을 잇는다.
만남은 약속을 전제한다.
조건이 성숙하여 인연이 이루어진다, 할 때
조건은 바로 약속에 다름 아닌 것이다.
약속으로 인하여 그 만남은
‘좋은 만남(善緣)’ 혹은 ‘나쁜 만남(惡緣)’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만남’ 혹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만남’으로
자리매김 된다.
그대와 내가 만날 때
그 만남의 씨앗은 아득히 먼 과거
어디쯤에서 심어졌을 것이나
그대와 나의 약속이
바람, 구름, 빗줄기, 햇살이지 않다면
결코 싹이 트고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다.
나의 약속이 온전히 그대에게로 향하지 않을 때,
그대의 약속이 온전히 나에게로 향하지 않을 때,
만남은 뒤뚱거리며 덧없이 또다른 만남을 갈망한다.
나는 나를 비우고 그대로 채울 것이라 약속하며
그대는 그대를 비우고 나로 채울 것이라 약속하기에
마침내 온전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내가 그대일 수 있고
그대가 나일 수 있는
그리움만으로 가득한 약속이기를....
그늘을 약속하는 나무이고
비를 약속하는 구름이기를....
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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