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염화실의 향기

유마 김일수 / 혼자서 가라

slowdream 2008. 10. 5. 04:35

 

 

                                                                                                                                  

 

자신을 너무 바쁜 가운데 두지 마라.

주차공간 하나로 아귀다툼하는 지옥에 간다.

 

자신을 너무 깨끗하게 두지 마라.

저 여인 엉덩이 힐끔 쳐다봄으로도 음란해진다.

 

자신을 너무 고독하게 두지 마라.

원수와도 잠자리를 같이하고픈 외로운 정조를 가지게 된다.

 

자신을 너무 진실하게 보지 마라.

세상을 진실하게 보아 발등이 남아날 틈이 없다.

 

자신을 너무 윽박지르지 마라.

가스불 안 잠궜다 하여 아내에게 이혼장을 내밀게 된다.

 

자신을 너무 높이 보지 마라.

남들이 경의를 생략하기만 해도 억울하다.

 

이러한 자신을 남으로 하여금 너무 믿게 하지 마라.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 나를 빙자하여 오만방자하게 군다.

 

이러한 자신을 남으로 너무 사랑하게 하지 마라.

받아서는 안 될 사랑을 챙겼으므로 지옥불이 가깝다.

 

이러한 자신을 남으로 하여금 너무 바라보게 하지 마라.

훗날 반드시 나의 눈이 멀게 된다.

 

될 수 있으면,

될 수 있으면,

숲속에 머물며 혼자서 가라.

그러면 남의 피와 땀으로 바치는 공양은 피할 수 있으리라.

 

단 하나의 여인에게서 받는 육정(肉情)까지도 번거로운데

하물며 아직 깨닫지 못한 몸으로 사부대중의 공양을 받음이겠는가!

 

 

유마 김일수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