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심·번뇌 타파해 깨달음의 길로 가라 | |||
ㆍ2200여명 스님 동안거… 큰 스님들 법어 “무명, 탐심, 안목 부재, 번뇌에 얽매임, 모든 법이 공(空)함을 모르는 것 등 오역죄를 타파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라.”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해인총림 방장)이 12일 동안거(冬安居) 결제일(結制日)을 맞아 경남 합천 해인사 보경당에서 열린 결제법회에서 전국의 선방 수좌들에게 내린 법어다. 법전 스님은 “한 알의 콩이 식은 재에서 튀어나온다(一粒豆子 爆出冷灰)”는 말로 법어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결제일 하루 전 선원별로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짰으며, 이날 오전에는 큰스님들에게 법어를 청해 들은 후 참선 정진을 시작했다. 특히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종 스님 등 각 총림의 큰어른인 방장 스님들도 이날 일제히 결제 법어를 내려 수행납자들의 정진을 독려했다. 5대 총림 가운데 덕숭총림 수덕사는 지난해 원담 스님이 입적한 후 아직 방장을 모시지 못하고 있다. 이날 송광사 대웅전 상당에 오른 보성 스님은 “재물과 여색(女色)과 명리(名利)가 독사 같다고 부처님과 조사가 다 말씀하셨으니 이 세 가지 나쁜 허물을 버리지 않고 공부하면 기름통을 머리에 이고 불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며 “오늘 내가 뿌리 없는 나무 한 그루를 마당에 심어놓았으니 내년 봄에 꽃이 피고 안 피는 것은 대중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설했다. 통도사 원명 스님은 “서로 서로가 자신들이 믿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는 것은 불법이 쇠한 것이 아니라 수행자들이 잊어서는 안 될 본연의 초심이 쇠했기 때문”이라며 “마음을 가다듬고 곧바로 조고각하(照顧脚下)해야 하는데 그저 다리 밑을 비추어 보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들이 서 있는 그 자리가 최상의 자리라는 것을 바로 알라는 말”이라고 설법했다. 백양사 지종 스님은 “세상 만물이 모두 제자리에서 의연히 도리(道理)를 행하고 있는데, 천가지 행과 만마디 말을 너절하게 쏟아내면서 제 잘났다고 설쳐봐야 모두 다 한 망태기 속에서 구르는 도토리와 같을 뿐”이라며 “바람이 세차니 잎이 자주 떨어지고(風到葉頻落), 산이 높으니 해가 빨리 지는 도다(山高日易沈). 좌중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坐中人不見), 창밖에 백운만 나는구나(窓外白雲飛)”라는 법어를 내렸다. ‘동안거’란 한국 불교에서 음력 10월15일부터 3개월 동안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오직 깨달음을 향한 ‘결기’ 하나로 화두를 뚫어내기 위해 용맹정진하는 기간이다. 좌복에 앉아 면벽한 채 ‘무(無)’자, ‘이뭣고’ 등의 화두를 참구하는 선방 공부는 보통 새벽 3시에 시작된다. 대개 50분 수행하고 10분은 걸으면서 화두를 드는 행선을 번갈아 하게 된다. 예불, 참선, 공양, 참선으로 이어지는 일과 중 일체의 개인 행동은 없고 오로지 묵언뿐이다. 선방에 따라 정진시간을 12~16시간으로 늘리는 곳도 많다. 특히 안거 중 1주일 안팎의 시간을 정해 행하는 가행정진 기간에는 잠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자지 않는 용맹정진을 한다. 백담사 무금(無今)선원 같은 곳은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하루 한 끼만 조그마한 공양구를 통해 받아 먹는 무문관(無門關) 수행을 한다. 스님들의 동안거에 맞춰 일반 불교신자들을 위한 ‘동안거 공부 및 수행’ 프로그램도 서울 안국선원과 인천 용화선원 등 전국 50여개 사찰과 선원에서 시작됐다. 스님들처럼 하루종일 참선수행을 하진 않지만 각종 법문과 불경 공부 등을 통해 동안거를 체험한다.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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