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
대력보살이 말했다.
“무엇을 삼공(三空)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삼공이라는 것은 공상(空相)도 공한 것이며, 공공(空空)도 공한 것이며, 소공(所空)도 공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공은 세 가지 상에 머물지 않지만 진실이 없는 것은 아니니, 말로 나타낼 수 있는 길이 끊어져 사의할 수 없다.”
論
이 하나의 문답은 삼공을 밝힌 것이다. ‘공상도 공하다’고 한 것은, ‘공상’은 곧 속제를 버려 진제를 나타낸 것으로서 평등한 상이고, ‘또한 공하다’는 것은 곧 진제를 융합하여 속제를 삼은 것으로서 공공의 뜻이니, 마치 진금을 녹여 장엄구를 만드는 것과 같다. 이것은 <열반경>에서 “유이기도 하고 무이기도 한 것을 공공이라고 하며,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한 것을 공공이라고 한다”고 말한 것과 같으니, 이것은 속제의 유와 무, 옳음과 그름의 차별의 상이 바로 공공의 뜻임을 밝힌 것이다.
평등공에 대해서 공하다고 하는 것은 속제의 차별을 나타낸 것이니, 그러므로 이 차별을 ‘공공’이라고 한 것이다. ‘공공도 공하다’고 한 것은, ‘공공’은 속제의 차별이고, ‘또한 공하다’고 한 것은 다시 속제를 융합하여 진제를 삼은 것이니, 마치 장엄구를 녹여 다시 금덩어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 세 번째 가운데 ‘소공도 공하다’고 한 것은, 처음 공 가운데의 공이 나타낸 속제와 두 번째 공 가운데의 공이 나타낸 진제의 이 두 가지가 다름이 없기 때문에 ‘또한 공하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이제를 융합하여 일법계를 나타낸 것이니, 일법계라는 것은 이른바 일심이다.
그러나 처음 공의 문 안에서 버린 속제를 소집상이고, 두 번째 공 가운데에서 융합한 속제는 의타상이니, 속제에 두 가지 상이 있기 때문에 버리는 것과 융합하는 것이 하나가 아니다. 또 처음 문 안에서 속제를 버려서 나타낸 진제와 두 번째 공 가운데에서 속제를 융합하여 나타낸 진제는, 이 두 분의 진제는 오직 하나이고 둘이 없으니, 진제는 오직 한 가지로서 원성실성이다. 그러므로 버리고 융합하여 나타낸 진제는 오직 하나다.
세 번째 공은 진제도 아니고 속제도 아니며, 다르지도 않고 같지도 않은 것이다. 또 이 세 가지 공 가운데 처음 공은 속제 중도를 나타낸 것이고, 다음 공은 진제 중도를 나타낸 것이며, 세 번째 공은 진제도 아니고 속제도 아니며 변도 없고 가운데도 없는 중도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같은 공’이라고 한 것은 세 가지 공을 모두 든 것이며, 속제의 상에도 머물지 않고, 진제의 상에도 머물지 않으며, 또한 둘이 없는 상에도 머물지 않기 때문에 ‘세 가지 상에 머물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머물지 아니하여 궁극적으로 진실을 나타내기 때문에 ‘진실이 없지 않다’고 하였다. 비록 진실이 없지 않으나, 진실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와 같기 때문에 말로 나타낼 수 있는 길이 끊어진 것이고, 길이 끊어진 말도 붙일 수 없기 때문에 또한 ‘사의할 수 없다’고 하였다.
원효 <금강삼매경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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