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
인연으로 생긴 바의 뜻은
이 뜻은 멸이요 생이 아니며,
모든 생멸을 멸한다는 뜻은
이 뜻은 생이요 멸이 아니다.
因緣所生義 是義滅非生
滅諸生滅義 是義生非滅
論
전체적으로 말한다면 진제와 속제가 둘이 아니지만 하나를 고집하지도 않으니, 둘이 아니기 때문에 곧 일심이고, 하나를 고집하지도 않기 때문에 전체가 둘이 된다. 이와 같은 것을 ‘일심이문(一心二門)’이라고 한다. 대의는 이와 같고 다음은 그 글을 해석하겠다.
‘인연으로 생긴 바의 뜻’이라고 한 것은 일체 세제의 모든 법을 든 것이고, ‘이 뜻이 멸이다’라고 한 것은 속제를 융합하여 진제를 삼은 것이니, 일어난 바의 뜻이 본래 적멸하기 때문이다. ‘생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그 생의 뜻이 멸인 이유를 나타낸 것이니, 그 생의 뜻은 곧 일어난 것이 아니므로 그 생의 뜻을 추구해 보아도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의 뜻이 곧 적멸이다.
‘모든 생멸을 멸한다는 뜻’이라고 한 것은 진제의 적멸한 법을 든 것이고, ‘이 뜻이 생이다’라고 한 것은 진제를 융합하여 속제를 삼은 것이니, 적멸한 법이 연으로부터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멸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그 적멸이 생인 이유를 나타낸 것이니, 그 적멸이 적멸이 아니므로 적멸의 뜻을 추구해 보아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멸은 연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적멸이 생이라고 한 것은 불생이 일어나는 것이고, 생의 뜻이 멸이라고 한 것은 불멸이 멸하는 것이다. 불멸이 멸하기 때문에 멸이 곧 생이며, 불생이 일어나는 것이므로 생이 곧 적멸이다. 합하여 말한다면 생이 적멸이지만 적멸을 고집하지 않고, 멸이 곧 생이지만 생에 머물지 않으니, 생과 멸이 둘이 아니고 움직임과 적멸함이 다를 것이 없다. 이와 같은 것을 일심의 법이라고 한다. 비록 실제로 둘이 아니지만, 하나를 고집하지 아니하여 전체가 연에 따라서 생동하고 전체가 연에 따라서 적멸하니, 이와 같은 도리로 말미암아 생이 적멸이고 적멸이 생이어서, 막힘도 없고 걸림도 없으며,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다. 이것이 하나의 게송의 전체와 개별의 뜻이다.
원효 <금강삼매경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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