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
아난이 말하였다.
“앞서 지은 죄를 참회한다고 하니, (앞서 지은 죄는)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말과 같다. 마치 어두운 방에 밝은 등을 켜면 어둠이 곧 없어지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앞서 가지고 있는 모든 죄를 참회한다고 해서 (앞서 지은 죄가) 과거에 들어갔다는 말로 여기지 말아라.”
論
‘앞서의 죄를 참회하는 것을 <참회>라고 한다면, 앞서의 죄는 과거로 들어가지 아니하였는가? 만일 앞서의 죄가 현재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로 들어갔다고 한다면, 어떻게 죄가 없는 것에 대해서 참회함이 있겠는가?’ 대답 가운데 ‘네 말과 같다’고 한 것은, 이와같이 앞서의 죄가 과거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죄가 없는 것에 대해서 참회함이 있는 것은 아님을 말한다.
그 까닭은 앞서 지은 죄는 본식의 종자에 훈습되어 항상 유행하여 현재에 있으니, 이와 같은 도리로 말미암아 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또한 지금 참회하여 다스림이 일어날 때에는 저 죄의 종자로 하여금 유행하지 못하게 하니, 마치 등불이 생길 때에 방의 어둠이 곧 없어지는 것과 같아서 죄의 종자가 현재에 이르지 않는다. 이때에야 비로소 과거에 들어가게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가지고 있던 죄를 참회한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 앞서 가지고 있던 것은 참회가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저것으로 하여금 앞서 있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있던 것이 현재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현재에 이르지 않는 것은 참회의 행위로 말미암는 것이다.
이것은 결사를 끊는 뜻과는 다르니, 저것은 생멸의 도리에 의하기 때문에 아직 생기지 않은 것을 현재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고, 이것은 상속의 도리에 의하기 때문에 앞서 있던 것을 현재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또 결사를 끊는 것은 종자를 영구히 끊는 것이고, 앞서의 죄를 참회하는 것은 종자가 더욱 강성해지는 작용을 덜어 조복시켜서 현재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니, 이 뜻에 의하여 과거로 들어간다고 말한 것이다.
원효 <금강삼매경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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