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염화실의 향기

[스크랩] 부처님과 동등한 사람

slowdream 2009. 5. 4. 05:05
 

부처님과 동등한 사람


‘역사적으로 부처님과 동등한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있는가?’ 이 질문은 불교수행의 보편성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만약 이 경지에 오른 사람이 없다면 '이 길로 가면 누구든 해탈하고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한 부처님의 설법은 거짓말이 된다. 또한 불교수행은 누구나 가능한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몇몇 사람만 가능한 특수한 것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이 질문은 수행을 해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먼저 확인해두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사적으로 부처님과 같은 경지에 간 사람은 당연히 있다. 그것도 수없이 많다. 부처님 당시 아라한이라고 불린 사람들이 다 그분들이다. 다만 그분들은 스승인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해 깨달은 분이므로 ‘부처님의 제자’로 불릴 뿐이다. 그러나 깨달음의 경지나 수행해서 도달한 경지는 부처님과 같다. 비유하면 피타고라스 공식을 먼저 안 사람은 스승, 나중 안 사람은 제자이지만 아는 내용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과 같다.

 

이런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자료로는 <사분율> 수계건도품 등이 있다. 부처님은 처음 콘단냐를 비롯한 다섯 비구를 교화하신 후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제 이 세상에는 6명의 아라한이 있다.”

 

또 제자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날 때마다 ‘61명의 아라한' '101명의 아라한' '201명의 아라한'이 있다고 했다. 부처님 당신을 포함한 성자가 6명, 61명, 101명, 201명이 됐다는 뜻이다. 이것은 또 부처님도 아라한 중의 한분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더 결정적인 말씀은 잡아함 <승삭경>에 보인다. 부처님은 전도를 부촉하면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했다. 

 

“나는 이미 세상과 인천의 올가미에서 벗어났다. 그대들도 이미 세상과 인천의 올가미에서 벗어났다. 그러므로 수행자들이여 세상으로 나가 모든 사람의 안락과 행복을 위하여 설법하라. 두 사람이 한길로 가지 말고 처음도 좋고 끝도 좋은 말로 가르쳐라.”

 

이것은 명백하게 당신과 제자들이 세상과 인천의 올가미에서 벗어나 동등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증거해 주는 말이다.

 

이에 비해 대승불교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대승경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많은 부처님의 이름이 보인다. 하지만 그분들은 역사적으로 실재한 인물이 아니다. 대승불교에서는 아라한이 보살보다 한 단계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 아라한 위에 보살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그 경지를 다시 10등급으로 나눈다. 이것은 아마 그만큼 수행의 완성이 이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대승불교도 이념적으로는 누구나 부처님과 동등한 성자가 될 수 있다는 것만은 부정하지 않는다.

 

물론 수행의 성취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생각은 부처님 당시에도 있었다. 따라서  수행자에게는 그 정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졌다.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이 그것이다 여기에다가 다시 ‘수행의 결심을 한 사람’과 ‘경지에 도달 한 사람’의 구분도 생겼다. 이를 사향사과(四向四果)의 사쌍팔배(四雙八輩)의 성자라고 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기서도 아라한이란 부처님과 동등한 성자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부처님의 별호인 여래십호에도 아라한이 나오는 것이 또 하나의 증거다. 여래십호 가운데 '응공'은 바로 아라한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라한은 무학(無學), 응공(應供) 등으로 번역되는데 무학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사람. 응공은 공양을 받을만한 분이라는 뜻이다. 이때 응공은 세상에서 존귀한 분(世尊) 깨달은 분(佛)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다만 경전에서는 여래십호를 부처님에게만 사용하는데, 이것은 제자로서 스승을 존경하는 뜻이 담겨졌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교리적으로 보면 불교에는 부처님과 동등한 경지에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불교의 보편성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면 누구나 해탈과 열반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팔정도이다. 실제로 이 길을 가서 아라한이 된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저 유명한 사리불 목건련 가섭을 비롯한 10대 제자와 수많은 아라한들은 모두 부처님과 같은 성위(聖位)에 오른 사람들이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더 궁금한 일은 지금도 그런 성자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다. 물론 있을 것이며,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는 왜 많이 안 보이는가? 그것은 부처님이 가르친 대로 수행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 홍사성의 불교사랑
글쓴이 : 사자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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