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잡아함경

[스크랩] 아함부 경전을 읽는 행복

slowdream 2009. 5. 4. 05:26
아함부 경전을 읽는 사람의 행복

 

"거룩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예를 들면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듯이, 가려져 있는 것을 벗겨내듯이, 방황하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는 것 같이, 암흑속에서 등불을 밝혀 눈 있는 자는 보라는 것과 같이 저희들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부처님 당시 성제자(聖弟子)들은 설법을 듣고 난 다음의 감동을 이렇게 찬탄했다. 아함부의 경전을 읽다보면 왜 이런 찬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가 짐작이 간다. 아함의 경전들에서 부처님은 마치 교사가 학생들에게 자상한 가르침을 일러주듯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법을 하신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아주 짧은 한마디라도 진리의 말씀이어서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 마음의 어두움이 벗겨지는 순간 그 감동을 찬탄의 말로 고백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 몇 년동안 나는 비교적 부처님의 육성에 가깝다는 아함부의 경전들을 읽어왔다. 나는 경전을 읽으면서 부처님 당시의 성제자들과 같은 감동을 느꼈다. 예전에도 간혹 이 경전들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경안(經眼)이 열리지 않은 탓인지 마음으로부터의 공감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가족들이 외출하고 없는 집에서 향 한루를 피워놓고 이 경전을 나지막한 소리로 읽은 적이 있었다. 이렇게 소리내어 경전을 읽어나가자 문득 2천 수백년 전 인도에서 가혹한 모래바람을 마다않고 설법하시던 부처님의 모습이 눈 앞에 떠올랐다.

 

그 분은 경전 속에서 성의를 다해 진지하게 가르치고 있었고, 그 뜻은 촉촉하게 메마른 가슴을 적시는 듯했다. 순간 나는 과거 어느 때에도 느끼지 못하던 법열이랄까 깊은 감동에 몸을 떨어야 했다. 그것은 경전의 표현대로 '하얀 삼베에 먹물이 번지듯'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심없이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전율과 같은 기쁨이었다. 그 뒤 나는 틈나는대로 아함부의 경전들을 나지막한 소리로 읽어나갔다. 그럴 때마다 부처님은 언제나 내 앞에 시현해서 자상한 가르침을 베풀어주었다.
'아, 이것이구나! 부처님은 우리에게 이것을 가르치고자 하는구나.'
나는 그제서야 내가 진정으로 조금씩 '불자(佛子)'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부처님 그 분을 닮아가던 부처님 당시의 성제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런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교만이고 분수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나도 비로소 '성스러운 가르침의 물결(預流)'로 향하고 있다는 자각이다. 그것은 30여년이 넘게 불교를 공부했으면서도 뒤늦게 부처님을 '나의 스승'이라고 마음 속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사람의 행복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아함부의 경전을 읽으며 가장 감명을 많이 받았던 것 중에서 일부를 간추려 엮은 것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아함부의 경전은 장아함, 중아함, 잡아함, 증일아함 4부로 구성돼 있다. 한역(漢譯) 장아함은 비교적 긴 경전들로 22권에 30개의 경이 들어 있고, 중아함은 중간 길이의 경전으로 60권에 241경이 들어 있다. 또 증일아함은 51권에 472경, 그리고  짧은 경전들을 모아놓은 잡아함은 50권에 무려 1362개의 작은 경전들이 수록돼 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원형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잡아함이다.


잡아함에는 특별히 난해한 가르침이 없다. 부처님이 제자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그때그때 일어난 일상적인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솔직하고 간절한 음성으로 말씀하고 있다. 경전을 읽다보면 우리는 시공을 뛰어넘어 부처님의 인격적 향기를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이 잡아함에서 가장 쉽게 마음에 와닿는 100개의 경전을 골라 간단한 독후감을 덧붙인 것이다. 원래는 4부 아함 전체에서 가장 요긴한 것만 골라 한권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아 할 수 없이 장아함이나 중아함, 증일아함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이 책을 엮는 뜻은 필자가 아함의 경전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독자와 함께 하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에서다. 그래서 경전의 원문을 손상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윤문을 해 위에 올려 놓았다. 바라기로는 독자들도 이 책을 읽을 때는 경전을 인용한 부분은 반드시 입으로 소리를 내서 읽어주었으면 한다. 부처님이 열반한 뒤 경전을 결집할 때도 이렇게 소리내어 합송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내용을 잘 기억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뜻을 가슴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책을 누구보다도 먼저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에게 읽히고 싶다.

                                                           

                                                                                 불기2542년 10월
                                                                                                          필자 합장

출처 : 홍사성의 불교사랑
글쓴이 : 사자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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