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잡아함경

노여움을 다스리는 지혜

slowdream 2009. 5. 4. 05:35

노여움을 다스리는 지혜

 

부처님이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젊은 바라문 빌린기카가 찾아와 부처님에게 참 듣기 거북한 욕설로 모욕하였다.

부처님은 잠자코 있다가 그에게 물었다.

“어느 좋은 날(吉日) 그대의 집에 종친과 권속이 모이는가?”

“그렇다.”

“그대가 종친과 권속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였는데 그들이 그 음식을 먹지 않으면 누구차지가 되겠는가?”

“그들이 먹지 않는다면 그 음식은 도로 내 차지가 될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그를 타일렀다.

“그대도 그와 같도다. 그대는 지금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나를 모욕하였다. 그런데 내가 끝내 그 욕설을 받지 않는다면 그 욕설은 누구에게 돌아가겠는가.”

“그가 받지 않더라도 주면 주는 것이다. 욕설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질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서로 주고받는 것인가?”

“욕하면 욕하는 것으로 갚고, 화내면 화내는 것으로 갚고, 때리면 때리는 것으로 갚는 것을 주고받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젊은이여. 욕해도 욕으로 갚지 않고, 화내도 화내는 것으로 갚지 않고, 때려도 때라는 것으로 갚지 않으면 주고받는 것이라 할 수 없느니라.”

“그러면 당신은 면전에서 욕하고 성내고 꾸짖어도 성내지 않을 수 있는가?”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성낼 마음이 없는데 무슨 성냄이 있겠는가. 바른 생활로써 성냄을 항복받고 바른 지혜로써 마음이 해탈하였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성냄이 없느니라. 성냄으로써 성냄을 갚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성냄으로써 성냄을 갚지 않고 성내지 않음으로써 성냄을 이겨야 훌륭한 사람이니라.”

빌란기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빌었다.

 

                                                         잡아함 42권 1152경 <빈기가경(賓耆迦經)>

 

다른 자료를 보면 이 젊은이는 외도를 신봉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렇게 화를 내며 욕지거리를 퍼부은 것은 그의 동족 한사람이 부처님 교단으로 출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엇다. 그는 이를 계기로 부처님은 도대체 어떤 분인지, 그 분도 화를 내는가 어쩌는가를 떠보려고 모욕을 준 것이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미 탐진치를 극복한 분이었다. 그의 속셈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수양을 어지간히 했다는 사람도 자신을 무시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직도 '나(我)'라는 생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으로 공부가 익은 사람은 그러지 않는다. 화낼 마음이 없는데 무슨 마음으로 화를 내겠는가. 분노란 불길과 같아서 부채질하면 할수록 더욱 거세게 타오른다. 반대로 참으면 참을수록 사그라드는 것이 또한 분노다. 부처님이 핑기카에게 가르쳐주고자 한 것도 분노의 마음을 부채질하기보다는 그 불길을 잠재우고 다스리는 지혜였다.


옛부터 큰스님들은 어떤 사람이 참다운 수행자인지 아닌지, 도(道)가 익었는지 설었는지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그가 어떻게 노여움을 다스리는가를 살폈다고 한다. 화를 자주 내는지, 잘 참는지를 보면 수행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빈기가경> 바로 앞에는 <아수라경>이라는 경이 있다. 아수라(阿修羅)란 싸움을 좋아하는 귀신을 말한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가르치고 있다. 화 잘내는 사람은 외워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참는 것은 분노를 이기고
착한 것은 악한 것을 이기네.
은혜를 베푸는 것으로 간탐을 항복받고
진실된 말로 거짓의 말을 부수라.

꾸짖지 않고 사납지 않아도
언제나 성현의 마음에 머무르면
악한 사람이 화를 내더라도
돌산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리라.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