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천박한 사람인가
부처님이 라자가하의 죽림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아침 탁발을 나간 부처님은 바라드바자(婆羅墮奢)라는 불을 섬기는 바라문의 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 때 바라드바자는 부처님에게 '그대는 불을 섬기지 않는 천한 사람이다. 그러니 불을 밝혀놓은 신성한 곳에 접근하면 안된다.'고 고함을 질렀다.
부처님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나를 천박하다고 했는데 참으로 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그가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자 부처님이 타일렀다.
"성내는 마음으로 원한을 품은자, 위선을 행하며 그릇된 소견을 가진자, 거짓을 꾸미고 아첨하는 자가 천한 사람이다...
생명을 해치고 자애로운 마음이 없는 자, 다른 사람을 핍박하고 압제하는 자, 남의 재물을 빼앗고 약탈하는 자가 천한 사람이다...
빚을 지고도 발뺌하는 자, 길가는 사람의 물건을 강탈하는 자, 자기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자가 천한 사람이다...
친척이나 남의 아내를 간음하는자, 부자이면서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자, 부모나 형제자매를 괴롭히는 자가 천한 사람이다...
바른 것을 은폐하고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을 가르치는 자, 나쁜 일을 하고도 숨기는 자, 대접을 받고도 남을 대접할 줄 모르는 자, 수행자를 속이고 공양을 올리지 않는 자가 천한 사람이다...
남의 물건을 탐내어 거짓말을 하는 자, 재물에 인색하고 고집을 세우는 자, 자기는 추켜세우고 남은 깔보는 자, 타인이 가르쳐 줘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가 천한 사람이다...
부처님을 헐뜯고 부처님의 제자를 비난하는 자, 성자가 아니면서 그런 척하는 자, 이런 모든 사람이 바로 천한 사람이다...
사람은 출생에 따라 천한 사람이 되거나 성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그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또한 성자도 되는 것이다."
잡아함 4권 102경 <영군특경(領群特經)>
이 경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다. 다만 부처님이 열거한 '천박한 사람'의 조건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각자가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반성문을 쓸 때처럼 솔직하게 자신을 돌아보면 이 조건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빚을 지고도 발뺌을 하거나, 친구의 아내를 간음하는 따위의 파렴치한 짓은 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죄하고 할 수는 없다. 자기를 추켜 세우고 남을 깔보았다든가, 남이 가르쳐 줘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지적은 꼭 누구를 두고 하는 말 같아 뒷통수가 간지럽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런 사람들에게 조금 위안이 될만한 말씀도 잊지 않고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출생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위에 의해 천한 사람도 되고 성자도 된다'는 말씀이 그것이다. 이는 어제까지 천한 짓을 했더라도 오늘부터 바른 행동을 하면 성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뜻이다. 천한 짓을 해서 천한 사람이 된 것은 어제의 일이고, 오늘부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천한 사람보다는 성자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흉내내보는 것이 어떨는지.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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