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도 제자로 교화하다
부처님이 앙구다라국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타바사리카숲을 지나는데 마을사람들이 부처님에게 이기로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숲속에 살인마 앙굴리말라(央瞿利摩羅)가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를 개의치 않고 앙굴리말라가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살인마가 부처님을 보자 칼을 들고 쫒아오며 말했다.
"멈춰라. 거기서라!"
"나는 언제나 멈춰 있는데 네가 멈추지 않는구나."
"너는 걸어가면서 좆아가는 나보고 멈추지 않는다니 무슨 헛소리냐!"
"나는 일체중생을 해칠 생각을 멈췄는데, 너는 사람을 죽임으로써 나쁜 업을 멈추지 않는구나. 나는 벌레까지도 칼이나 막대기로 해치지 않는데, 너는 언제나 핍박하고 두렵게 하는 짓을 멈추지 않는구나."
이 말을 들은 앙굴리말라는 문득 잘못을 깨닫고 칼을 버렸다. 그리고 부처님 발 아래 엎드려 참회하고 출가하기를 원했다. 부처님은 그를 가엾이 여겨 기꺼이 출가를 허락했다. 그는 열심히 정진하여 거룩한 아라한이 되었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심경을 게송으로 읊었다.
소를 길들이려면 채찍을 쓰고
코끼리를 다루려면 쇠갈퀴를 쓰지만
하늘이나 사람을 길들이려면
칼이나 막대기는 쓰지 않나니.
칼을 갈 때는 숫돌을 쓰고
화살을 바루려면 불을 쓰고
재목을 다룰 때는 도끼를 쓰고
자기를 다룰 때는 지혜로 하네.
사람들 속에서 방탕하게 놀다가도
이내 스스로 마음을 거둬 잡으면
그는 곧 세간을 밝게 비추기를
구름걷히고 나온 달 같이 하리.
잡아함 38권 1077경 <적경(賊經)>
앙굴리말라는 원래 착한 청년이었다. 외모도 준수했으며 이름도 아힘사였다. 아힘사란 불해(不害) 즉 남을 해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한 외도바라문의 제자였는데 어느날 스승의 아내가 유혹을 해왔다. 그가 이를 거절하자 스승의 아내는 일부러 옷을 찢고 남편에게 찾아가 아힘사가 자신을 능욕하려 했다고 모함했다. 외도남편은 그를 벌주고자 했으나 힘으로는 당할 방법이 없자 꾀를 냈다.
"이 칼로 백명의 사람을 죽여서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고 다녀라. 그러면 너는 수행을 완성하고 해탈을 얻게 되리라."
그는 스승의 꾀임에 빠져 사람을 해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두려워서 벌벌 딸며 그를 앙굴리말라라고 불렀다. 앙굴리는 손가락, 말라는 목걸이란 뜻으로 이는 그가 사람을 죽여 손가락목걸이(指 )를 만든데서 붙인 이름이다. 이렇게 99명을 죽인 앙굴리말라는 마지막 한명을 더 죽이기 위해 사람을 찾다가 아들을 말리러 나온 어머니를 만났다. 그는 어머니를 죽이려 하다가 부처님이 그 자리에 나타나자 부처님에게 칼을 들이댔다. 그 다음의 결과는 이 경전에 묘사된 그대로다.
얼마 뒤 빈비사라왕이 군대를 동원해 죄인을 잡으러 왔으나 그는 이미 부처님에게 교화돼 스님이 되어 있었다. 왕은 그냥 돌아갔다. 하지지만 그가 나중에 길거리에 나가자 사람들은 '살인마'라고 핍박했다. 그러나 그는 '나쁜 업의 갚음을 받는 것이니 미워하고 원망하지 않으리라'며 꿋꿋하게 수행자의 길을 걸어갔다고 한다. 경전에 나오는 가장 끔찍한 사건이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얘기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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