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가
부처님이 라자가하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사리풋타도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어느날 사리풋타는 마을에 들어가 탁발을 해서 나무밑에 앉아 공양을 했다. 이를 본 정구(淨口)라는 외도여승이 사리풋타에게 물었다.
"존자께서는 입을 어디로 향하고 공양을 하시는지요.?"
"나는 입을 밑으로 하거나, 위로 향하거나, 사방으로 향하거나, 또는 중간으로 향하게 하고 식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 존자께서는 입을 어디로 향하게 하고 공양을 하시는지요?"
"입을 아래로 향하고 식사를 하는 것은 천박한 방법으로 먹이를 구하는 것이니 이는 하구식(下口食)이라 합니다. 입을 하늘로 향하고 식사를 하는 것은 별을 관찰하고 먹이를 구하는 것이니 이는 앙구식(仰口食)이라 합니다. 입을 사방으로 향하고 식사를 하는 것은 심부름을 해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니 이는 방구식(方口食)이라 합니다. 입을 중간으로 향하고 식사를 하는 것은 병을 고쳐주고 먹이를 구하는 것이니 이를 사유식(四維食)이라 합니다. 나는 이러한 방법으로 먹이를 구하지 않는다. 오직 청정한 법을 행하는 것으로써 음식을 구하여 살아갈 뿐입니다."
그녀는 사리풋타의 대답을 듣고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켜 칭찬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외도들의 미움을 사서 죽임을 당했다.
잡아함 18권 500경 <정구경(淨口經)>
스님들이 발우공양을 할 때 유심히 관찰해보면 매우 특이한 점을 한가지 발견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음식이 담긴 그릇을 식탁에 놓고 고개를 약간 숙여서 음식을 먹는데 비해 스님들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음식이 담긴 발우를 입 가까이로 들어올려서 식사를 한다. 음식 쪽으로 입을 낮춤으로써 음식에 탐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스님들이 음식을 먹는 것은 육신을 살찌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도업을 이루기 위해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이는 공양을 하기 전에 외우는 오관게(五觀偈)라는 게송에도 잘 나타난다.
이 음식에 깃든 공덕을 생각하면 (計功多少量彼來處)
덕행이 부족한 나는 받기가 송구하네 (忖己德行全缺應供)
욕심껏 맛잇는 것만 먹으려 하지 않고 (防心離過貪等爲宗)
오직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약으로 삼아 (正思良藥爲療形枯)
도업을 이루기 위해 이 음식을 먹노라 (爲成道業應受此食)
음식에 대한 이같은 생각은 음식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느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경에서도 두 사람의 문답 주제는 '수행자는 무엇으로 먹고 사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리풋타는 네가지 옳지 않은 방법을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 천박한 방법이란 남을 속이거나 사기치는 행위를 말한다. 두 번째 별을 관찰한다는 것은 점을 치는 행위를 말한다. 세 번째 심부름을 한다는 것은 권력자나 부자에게 아부하는 것을 말한다. 네 번째 병을 고쳐준다는 것은 주술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사리풋타는 이 네가지 방법은 출가수행자가 음식을 구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직 바른 법에 의한 수행만이 출가자가 음식을 구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출가자는 그렇다 하고 그러면 재가자는 무엇을 해서 밥을 먹고 살아야 부끄럽지 않을 것인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정당한 노력에 의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이 기준에 한번 맞춰볼 일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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