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지 않는 것도 허물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아침탁발을 끝내고 돌아온 부처님이 조용한 명상에 잠겨 있는데 어디에선가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싸움난 곳으로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했더니 사연은 이러했다.
어느 비구가 동료에게 사소한 잘못을 저질렀다. 그는 곧 자기가 잘못한 것을 깨닫고 상대방에게 정중히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사과를 받은 쪽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던지 그를 용서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계속 큰소리로 욱박지르고 나무랬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동료들은 처음에 잘못한 비구보다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쪽이 너무한다 싶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를 해주라'고 충고를 했다. 그래도 그는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제3자는 참견하지 말라고 호통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싸움을 말리려던 사람과 시비가 생겨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됐다. 그러다보니 작은 시비가 큰 시비가 되고 마침내는 부처님조차 무슨일인가 걱정할 정도가 된 것이었다.
싸움의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부처님은 혀를 끌끌 차면서 싸우는 비구들을 불러모아 놓고 이렇게 타일렀다.
"잘못을 하고도 뉘우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데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잘못이다. 그들은 모두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잘못을 하고 그것을 뉘우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잘못을 비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더 훌륭한 일이다. 이들은 모두 현명한 사람이다."
부처님은 이어 수행자가 늘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게송으로 덧붙였다.
남에게 대해 해칠 마음이 없으면
분노에도 또한 얽매이지 않나니
원한을 품어 오래 두지 말고
분노에도 또한 머물지 말라.
비록 화가 치밀더라도
그 때문에 나쁜 말을 하지 말라.
구태여 남의 허물을 애써 찾거나
약점과 단점을 들춰내지 말라.
항상 마땅히 스스로를 단속하고
정의로써 스스로를 되살피라.
잡아함 40권 1108경 <득안경(得眼經)>
사람의 마음이란 크게 쓰면 하늘을 덮고도 남지만 작게 쓰면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다. 마음을 너그럽게 쓰면 어떤 일도 용서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잘못을 빌어도 용서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남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용서하는 마음이 부족하면 싸움은 필연적이다. 세상의 모든 싸움이란 대개 용서하는 마음이 부족한 데서 생긴다.
그런데 그 싸움이란 것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참으로 어이없고 사소한 일이 원인인 것이 많다. 조금만 너그러웠다면 충분히 이해할 일이었는데도 다툼을 벌인 것이다. 이는 아직 수행이 부족한 탓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부처님 제자들 가운데서도 수행이 부족한 사람들은 사소한 일로 언쟁을 벌이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경은 그런 사정을 짐작하게 하는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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