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45. 출가수행의 본뜻을 지켜라

slowdream 2009. 6. 10. 04:58

45. 출가수행의 본뜻을 지켜라


부처님이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여러 비구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하천하고 힘든 생활이 걸식하는 것이다. 수행자란 머리를 깎고 발우를 들고 가장 하천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힘든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이 길을 가는 사람은 그만한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노병사와 시름과 슬픔과 걱정과 번뇌와 온갖 고통을 극복하고 진정한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집을 나와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비구들은 모두 '그러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이러한 마음으로 집을 나와 수행을 하면서도 탐욕을 부리고 욕심에 집착한다. 그런 사람은 미움과 질투가 들끓어 바른 믿음이 없으며, 게을러서 바른 생각이 없으며, 나쁜 생각으로 계를 어기며, 바른 행을 닦지 않는다. 그것은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깨끗해지기를 바라면서 먹물로써 먹물을 씻으려 하거나, 피로써 피를 씻으려 하거나, 똥물로써 똥물을 씻으려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 사람은 깨끗해지기는커녕 더러움에서 더러움만 더할 뿐이며, 지혜로워지기는커녕 어두움에서 어두움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또한 어리석은 사람은 출가사문의 계를 지녔으면서도 탐욕에 집착함이 더욱 크고, 마음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미워하고 질투하며 믿음이 없으며, 게을러서 바른 생각을 하지 않으며, 명상을 제대로 하지 않아 미치광이처럼 헐떡거리며, 모든 감각기관이 어지러워 계를 지키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세속에서도 쓸모없는 사람이지만 출가사문으로서도 쓸모가 없다. 이는 비유하면 마치 쓸데없는 장소에서 목적도 없이 불을 지피다 남은 나무와 같아서 어느 곳에서도 쓸데없는 타다 남은 숯검뎅이 신세나 다름없다."

-중아함 34권 140경 <지변경(至邊經)>-


수행자의 제일덕목은 하심과 겸손이다. 세상에서 가장하기 힘든 걸식을 하는 것도 하심과 겸손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부처님은 제자들을 가르칠 때 누누이 이 점을 강조했다. 좋은 집안의 자제로서 출가한 것은 호의호식을 하기 위해서거나 뜬구름에 불과한 이름을 드날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직 번뇌를 극복하고 열반을 성취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교만과 아집을 극복하고 자기를 낮추는 일부터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지금 부처님이 하고자 하는 말씀의 요지다..

그러나 부처님 당시부터 이러한 출가정신을 훼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부처님이 많은 경전에서 자주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이러한 사정은 오늘도 마찬가지다. 불교교단은 해마다 많은 발심수행자를 배출한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형색만 출가자일 뿐 실제로는 처음 마음(初心)을 상실한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다 남은 숯검뎅이' 같은 신세가 되어간다. 재가불자들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기를 맹세하고도 삼독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불자로서 안타깝고 민망한 일이다.

이런 현상이 비단 종교의 세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운의 뜻을 품고 나선 정치가나 공무원, 교사, 예술가 등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독재정권의 도덕적 부패를 질타하던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가더니 더 빠른 속도로 부패하더라는 얘기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이 돈 받고 성적을 조작하고 입시부정에 개입했다는 얘기도 자주 들린다. 보통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는 예술가들의 지저분한 뒷거래 얘기를 들으면 어제 먹은 구역질이 날 정도다.

.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명예를 갖고 존경을 받는 것은 그만한 자기희생을 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교육자라고 반드시 배고플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남을 가르치려면 최소한 부정한 일에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인이나 남의 죄를 묻는 사법권자, 이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뒷구멍으로 자기가 하는 일은 괜찮고 남이 하는 일은 비난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겸손하게 자기를 돌아보아야 남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은 어떤가? 경전을 읽다가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