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윤회전생과 인과응보
부처님이 멸도하신지 얼마 안되어 마하카사파는 500비구와 함게 코살라국 사파혜촌 불쪽 싱사파숲에 머물고 있었다. 그 무렵 인근에는 폐숙(弊宿)이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저 세상이란 없으며 윤회전생도 인과응보도 없다'고 주장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 폐숙바라문이 싱사파숲에 있는 카사파를 찾아왔다. 사람들이 카사파를 찾아간다는 말을 듣고 함께 온 것이었다. 그는 인사가 끝나자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나는 저 세상이란 없으며 윤회전생과 인과응보도 없다고 생각한다. 존자의 생각은 어떠한지 말해줄 수 있겠는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가?"
"내 친척 가운데 병들어 죽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나는 저 세상이 있거든 구경하고 돌아와 나에게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비유로 말하겠다. 어떤 사형수가 사형집행장에 이르러 급한 볼일이 있다고 집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하면 그 소원을 들어주겠는가?"
"그것을 인정한다해도 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다시 비유로 말하겠다.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청황적백흑 오색을 설명하자 그는 그런 색깔은 없다고 했다. 그가 없다고 해서 오색이 정말로 없는 것인가?"
"저 세상이 있다고 치자. 그러나 저 세상으로 가는 사람을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예를 들어 흉악한 도적은 가마솥에 놓고 쪄서 죽이는 궁형에 처하는데 그 때 그의 혼령이 어디로 가는지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비유로 말하겠다. 그대도 잠잘 때 꿈을 꿀 것이다. 그대가 꿈꾸는 것을 그대의 가족들이 볼 수 없다고 그대에게 식신(識神)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흉악한 범죄자는 살을 저미는 형을 받는다. 그러나 뼈나 살에서 식신을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식신이 있다고 하겠는가?"
"비유로 말하겠다. 어떤 사람이 길을 떠나면서 아이들에게 불씨를 잘 살피라고 했으나 아이가 그만 불을 꺼뜨리고 말았다. 아이는 걱정이 돼서 불씨를 찾으려고 나무를 절구에 넣고 빻았으나 불씨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어떤 사람이 고동소리로 웅장한 소리를 냈다. 이를 본 사람이 웅장한 소리를 듣고자 고동에게 소리를 내보라고 했으나 그 속에 고동소리는 없었다. 그 고동소리가 어디로 갔다고 해야 하는가?"
폐숙은 여기쯤에서 자기의 견해가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명예와 지식 때문에 지금까지의 사견(邪見)을 버리지 못했다. 이에 존자는 다시 비유로 말했다.
"어떤 사람이 삼을 한 짐 지고 100리를 가다가 황금을 만났다. 그때 100리나 지고 온 삼을 버리지 못하겠다면서 금을 취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를 어리석다고 하겠는가 현명하다고 하겠는가?"
폐숙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삼보에 귀의하고 재가신자가 되었다.
-장아함 7권 제7경 <폐숙경(弊宿經)>
윤회전생과 인과응보에 대한 폐숙바라문의 견해는 이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을 대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 세상이 있다거나, 인과응보로 윤회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초경험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무조건 경험적 사실로 인정하라고 이는 지성의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초경험적 사실을 경험적 사실로 믿어야 할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논리적인 유추와 접근이다. 우리는 아무도 내일을 살아본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내일이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험적 사실이 초경험적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는 까닭이다. 전생이나 내생도 마찬가지다. 내일이 오듯이 내생은 아직 살아보지 않았어도 반듯이 온다. 문제는 내생에도 '나'라는 존재가 존재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업보적 존재'로서의 '나'는 내생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비유하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업보의 불길이 옮겨가듯이 업보라는 연료가 남아있는 한 꺼지지 않는다. 윤회전생과 인과응보는 이런 논리적 바탕 위에서 성립한 것이다.
이것이 불교가 말하는 인생의 엄숙한 현실이다. 이것을 인식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우리 자신이 선택할 일이다. 선하게 살든지 악하게 살든지, 남을 속이든지 진실하게 살든지 알아서 할 일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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