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상식의 진리를 실천하며 살라
부처님이 사위국 녹자모 강당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해질녘 이교도 판디타의 제자 아지타가 부처님을 찾아왔다. 부처님은 마침 산책 중이었으므로 아지타도 함께 걸었다. 부처님이 그에게 물었다.
"그대의 스승은 어떻게 살고있으며 어떻게 살라고 가르치는가?"
"사문 판디타는 낮이나 밤이나, 걷거나 서거나, 앉거나 눕거나, 자거나 깨거나 항상 걸림이 없이 살라고 합니다. 때로는 달리는 코끼리, 고삐 풀린 말, 달리는 수레, 반역한 군사, 바람난 여자와 바람난 남자와 어울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사나운 코끼리, 사나운 말과 소, 사나운 개와도 어울리며, 독사 떼를 만나고 흙덩이를 받거나 몽둥이를 휘두르며 개천에 떨어지거나 뒷간에 빠지기도 합니다. 누운 소를 타거나 깊은 구덩이에 들어가거나 가시밭 속에도 들어갑니다. 마을과 촌락의 이름을 묻고 남자나 여자를 보면 그 이름을 묻고 빈집을 보면 구경하고 다닙니다. 누가 그에게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라고 물으면 '나는 나쁜 길로 간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스로 일체를 알고, 남음(有餘)이 없으며, 허물이 없다고 말합니다."
부처님은 걸음을 멈추고 비구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부처님이 다시 말했다.
"자세히 듣고 기억하라. 이 세상에는 두 가지 무리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법다운 무리요, 또 하나는 법답지 않은 무리다. 법다운 무리란 어떤 한 사람이 법다운 일을 행하고, 법다운 일을 말하여 그 무리가 모두 그것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법답지 않은 무리란 어떤 한 사람이 법답지 않은 일을 행하고, 법답지 않은 일을 말하여 그 무리가 모두 그것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고 자리를 뜨자 비구들은 법다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다가 아난다에게 그 설명을 요청했다. 아난다는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비구들이 재차 간청하자 이렇게 말했다.
"법다움이란 바른 소견과 지혜로 말미암아 생기는 일체의 훌륭한 일이며, 법답지 않음이란 삿된 소견과 생각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일체의 훌륭하지 못한 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중아함 49권 188경 <아이나경(阿夷那經)>
자동차가 가는 길과 배가 가는 길이 다르듯이 사람에게는 게는 사람이 사는 방법이 있고 동물에게는 동물이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보면 동물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사람은 몸은 비록 진흙탕 속에 빠졌더라도 생각은 늘 바르고 높게 가지려고 한다. 욕심대로 자기의 몫만 챙기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살펴 양보할 줄도 안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지긋하게 눌러서 참고, 어려운 일을 당해도 반드시 좋아질 날이 있을 것으로 믿고 기다리면서 희망의 잃지 않는다.
이에 비해 동물은 사람과 다르다. 그들은 생각할 능력이 없고 지혜가 모자라기 때문에 모든 것을 본능에 내맡긴다. 먹이가 있으면 우선 자기 배부터 채우려 하고, 남을 이기기 위해서는 언제나 이빨을 내놓고 으르렁거린다. 자기보다 힘센 동물을 만나면 꼬리를 내리고 약한 상대를 보면 두 눈을 부라린다. 화부터 먼저 내고 아귀처럼 욕심을 부린다 해도 동물의 세계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람인 이상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사람다운 방법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나 지금이나 이 세상에는 사람의 탈을 쓰고 사람다운 방법으로 살기보다는 동물적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반대로 개와 같은 동물이 더 사람처럼 살아서 화제가 되는 일도 있다. 이렇게 사람이면서도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것은 바른 소견과 바른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바른 소견과 바른 지혜가 없는 것은 아집과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때문이다.
불교는 사람이면서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동물처럼 사는 중생에게 아집과 탐욕을 제거하고 바른 소견과 바른 지혜를 일깨워주기 위한 종교다. 옛스승들의 가르침에 의하면 바른 소견과 지혜는 부처님의 설법이 담긴 경전을 자주 많이 읽으면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볼 일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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