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86. 수행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훈련

slowdream 2009. 6. 19. 09:25

86. 수행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훈련



부처님이 왕사성 기사국산 칠엽굴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선정에서 일어난 부처님은 우둠바리카 동산에 있는 외도수행자 니구타(尼俱陀)를 찾아갔다. 그는 산타나(散陀那)라는 거사와 청정한 수행자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니구타는 부처님이 나타나자 대화를 멈추고 부처님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떤 것이 깨끗하지 않고 훌륭하지 않은 수행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이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예를 들면 옷을 벗고 알몸뚱이가 되어 손으로 그것을 가리는 행위, 걸식할 때 음식을 발우에 받지 않는 행위, 개나 있거나 임신한 집은 찾아가지 않는 행위, 물고기나 짐승고기가 있다고 공양을 받지 않는 행위, 음식을 3일 또는 5일 7일만에 한번씩 먹는 행위, 쇠똥이나 사슴똥 또는 나무줄기나 풀잎으로 연명하는 행위, 나무껍질이나 풀로 옷 또는 사슴가죽으로 옷을 해 입거나 두르는 행위, 하루 종일 서있거나 앉아있거나 쪼그려 앉는 행위, 머리나 수염 도는 손톱을 깍지 않는 행위, 알몸으로 가시덤불이나 쇠똥 위에 눕는 행위, 하루에 세 번 목욕하거나 밤중에 목욕하는 행위 등이다. 이렇게 육체를 괴롭히는 고행은 훌륭하고 깨끗한 수행이라고 할 수 없다."

"왜 그것이 깨끗하지 않은 수행이라고 하는지요?"
"그들은 마음의 때를 씻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마음의 때를 씻어낸 깨끗한 수행인지요?"
"자기의 수행이 이러하니 마땅히 공양과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속셈하지 않아야 한다. 공양을 받고도 탐착함이 없이 멀리 떠날 줄 알아야 한다. 좌선을 할 때 남이 보거나 안보거나 한결같아야 한다. 남이 정의를 말하면 즉시 인정해야 한다. 누가 질문을 하면 즐거이 답해주어야 한다. 누가 다른 수행자를 존경하면 시기하지 않아야 한다. 누가 좋은 음식을 먹어도 부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음식에 대해 거부하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는 칭찬하고 다른 이는 헐뜯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살생 도둑질 음행 이간질 욕설 거짓말 꾸미는 말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행하지 말아야 한다. 명상하기를 좋아하고 지혜를 많이 길러야 한다. 뽐내거나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신의를 지키며 깨끗한 계를 지키는 좋은 사람과 사귀어야 한다. 원한을 품지 않으며 남의 단점을 찾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깨끗한 수행이다."

부처님의 설법이 끝나자 니구타는 자신의 이름을 대면서 귀의를 다짐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만두어라. 그대가 마음으로 깨달으면 그것이 곧 예경이니라."

-장아함 8권 제8경 <산타나경(散陀那經)>


스승과 제자로 보이는 스님 두 분이 탁발을 하다가 급히 암자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장마철에 호우가 쏟아져서 법당 축대라도 무너지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서였다. 암자로 가자면 개울을 건너야 했다. 그런데 장마비에 다리가 떠내려가고 없었다. 스님들을 할 수 없이 다리를 걷어 부치고 물살이 약한 곳을 찾아 건너야 했다.

두 스님이 개울을 건너려고 하는데 마을 처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서있다. 물이 불어나 물살이 빨라지자 겁이 나서 개울을 건널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아가씨는 매우 아름다웠고, 얇은 옷이 비에 젖어서 매우 섹시한 모습이었다. 이를 본 스승인 듯한 스님이 그 아가씨에게 가서 대뜸 업히라고 했다. 마을처녀가 수줍어하자 스님은 그녀를 덥석 안더니 개울물을 건너는 것이었다. 처녀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발개지고 숨소리마저 새근새근 했다. 스님은 처녀의 부끄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울을 건넌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휘적휘적 걸어서 암자로 돌아갔다.

밤중이 되자 같이 개울을 건넜던 스님 가운데 제자 뻘 되는 젊은 스님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까 보았던 장면이 자꾸 떠오르고 스승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승을 찾아가 이렇게 물어보았다.
"아까 스님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속세를 떠난 몸으로 어찌 젊은 여자를 품에 않을 수 있습니까"
그러자 스승은 미소를 띄우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개울을 건넌 다음 바로 처녀를 내려놓고 왔는데 자네는 아직도 업고 있는가?"

수행이란 어떤 제도화된 형식이나 계율만을 엄격하게 지켜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행의 목적은 오직 탐진치(貪瞋痴)를 제거하여 마음을 깨끗하게 하려는데 있다. 마음을 깨끗하게 하지 못하면서 형식이나 계율만 지키면 설사 어떤 고상한 수행을 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심청정 (心淸淨)이라야 국토청정(國土淸淨)이라 했다. 마음을 청정하게 해야 세상이 깨끗해진다는 말이다. 뱃속에는 탐진치가 가득한데 겉으로만 잘난 척 거룩한 척 해야 위선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