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함부로 신통을 보이지 말라
부처님이 날란다의 파바리엄차 숲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견고(堅固)라는 장자의 아들이 부처님을 찾아와 이런 청을 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의 제자들이 바라문이나 장자나 거사를 보거든 신통을 나타내어 불법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알리게 하소서."
그러나 부처님은 견고의 청을 거절했다.
"나는 비구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만 제자들이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고요하게 도를 생각하도록 할 것이며, 만일 공덕이 있으면 마땅히 그것을 숨기고 드러내지 말라고 할 것이다."
"저는 부처님의 법을 믿어 의심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날란다 사람들은 아직 믿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들은 매우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이므로 신통을 나타낸다면 교단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끝내 견고의 청을 거절했다.
"신통에는 3가지가 있다. 신족(神足)과 타심(他心)과 교계(敎誡)가 그것이다. 신족은 한적한 곳에서 홀로 정근하여 무명을 멸하고 큰 지혜를 얻은 것을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비구들에게 그것을 나타내라고 하지 않는다. 무슨 까닭인가. 그런 신통을 보이면 사람들은 신통에 대해만 이러쿵저러쿵하면서 바른 수행은 외면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3가지 신족을 성취한 비구가 많이 있는지요?"
"나는 많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내 제자 가운데 아실기라는 비구가 있는데 그는 어느 날 '이 사대(地水火風)가 무엇으로 말미암아 없어질 것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신통으로 사천왕과 도리천과 염마천에게 차례로 물었다. 그러나 그 비구는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했다. 도리어 범왕들은 '그대는 어리석다. 부처님을 두고 이 하늘에 와서 왜 그것을 묻는가?' 하고 힐책했다. 그는 결국 나에게로 왔다. 그 때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무엇으로 말미암아 지수화풍 사대가 없어지는 것인가? 무엇으로 말미암아 굵고 가늘고 장단과 호추가 없어지는가? 무엇으로 말미암아 명색이 없어져 아주 남음이 없어지는가? 식은 형상이 없고 한량없되 스스로 광명이 있도다. 이것이 멸하면 4대가 멸하며 또한 모든 것이 멸하나니 이에 명색도 또한 멸하고 식이 멸해 남음이 없어진다."
-장아함 16권 24경 <견고경(堅固經)>
세상에는 과학이나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신비한 부분이 있다. 3살 짜리 어린애가 3개국어를 한다든가, 어려서부터 초능력을 행사한다든가 하는 일은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가는 일이다. 종교의 세계는 특별히 더하다.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문제를 비롯해, 수행을 통한 자기수련 등을 실천하기 때문에 더욱 신비한 구석이 많다. 부처님 경우도 전도활동 초기에 배화교도인 가섭3형제를 교화하기 위해 독룡이 사는 동굴 속에서 하룻밤을 잤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가 하면 10대제자 가운데 목갈라나는 신통제일로 불리운다.
신통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앉아서도 먼데 일을 볼 수 있는 천안통(天眼通), 먼데 소리를 들을 수 천이통(天耳通), 먼 곳을 금방 갈 수 있는 신족통(神足通),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타심통(他心通), 전생의 일을 아는 숙명통(宿命通), 그리고 모든 번뇌가 다 사라진 누진통(漏盡通)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은 얼핏보면 신기한 것 같지만 이제는 별로 신통할 것도 없다. TV나 카메라는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안방에서 듣게 만들었다. 휴대전화는 원격통화를 가능하게 하고, 비행기는 지구촌으로 건너마을로 만들어놓았다.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고 최면술사는 전생의 일을 기억시킨다. 그리고 수행자는 번뇌를 끊고 누진통을 얻는다. 물론 과학이나 기계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을 '신통'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가능하다는 면에서 신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런 신통에 대해 엄격한 자제를 명하고 있다. 그런 신비주의에 빠지게 되면 수행의 목적이 왜곡될 우려가 있고, 또 설령 신통을 얻었다 하더라도 생로병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행이란 신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번뇌를 끊고 해탈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신통을 자유롭게 구사한다고 종교적 인격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신비주의가 종교의 본령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이 경전에서 부처님이 하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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