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94. 무상은 모든 수행의 근본

slowdream 2009. 6. 19. 10:10

94. 무상은 모든 수행의 근본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했다.
"비구들이여. 만일 어떤 이학외도들이 그대들에게 묻기를 '무엇이 모든 일의 근본이 되느냐'고 묻거든 욕심이 근본이 된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다시 무엇이 존재(有)가 되느냐고 묻거든 사상(思想)이 유가 된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다시 무엇이 상주(上主)가 되느냐고 묻거든 염(念)이 상주가 된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다시 무엇이 앞(前)이 되느냐고 묻거든 선정이 앞이 된다고 대답하라.

비구들이여. 그들이 다시 무엇이 위(上)가 되느냐고 묻거든 지혜가 위가 된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다시 무엇으로써 참(眞)을 삼느냐고 묻거든 해탈로써 참을 삼는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다시 무엇으로써 마지막(訖)을 삼느냐고 묻거든 열반으로써 마지막을 삼는다고 대답하라. 비구는 마땅히 이렇게 알고 이렇게 배우며 이렇게 대답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려는 사람은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생각을 익히며, 무상한 것은 괴롭다는 생각을 익히며, 괴로움은 나가 없으며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을 익히며, 거친 음식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익히며, 일체 세간은 즐거워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을 익히며, 세속적 습관을 멀리하는 생각을 익히며, 해탈의 참 모양을 그것을 성취할 생각을 익혀야 한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하면 비구들이 애욕을 끊고 맺음을 없애며 모든 법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관찰하여 괴로움의 끝을 보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자 비구들은 깊이 새겨듣고 받들어 행하여 큰 이익을 얻었다.

-중아함 28권 113경 <제법본경(諸法本經)>


지금은 사라진 풍습이지만 몇 십년 전만 해도 농촌에서는 모내기철이 되면 '농자처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깃발을 꽂아놓고 모를 심는 풍습이 있었다. 농악패들이 논두렁을 돌며 한바탕 신명나는 놀이를 펼치는 것도 이때였다. '농자천하지대본'이란 글자 그대로 농사란 천하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라는 뜻이다. 농사가 소중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농사로 생산되는 소출이 사람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권력이 높고나 미인이라도 먹지 않고 는 살수 없다. 그러니 농사가 천하의 대본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인생을 바르게살기 위한 불교수행에서 농사에 비견되는 대본(大本)이 있다면 무엇일까. 여러 가지 중요한 것이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무상(無常)의 인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일체의 존재가 무상하다고 인식하면 집착이 적어진다. 내일이나 모레에 문득 죽음이 찾아온다면 오늘을 이렇게 아옹다옹 살려고 하지는 않은 것이다. 만약 나도 언젠가는 늙고 병든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면 인생을 이렇게 허송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미워하고 괴롭게 살 이유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이 무상하다면 인생이란 너무 허무하고 쓸쓸한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무상을 강조하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모든 것이 무상한 까닭에 인생은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만약 부자는 영원히 부자고 가난뱅이는 영원히 가난뱅이라면 인생은 불공평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잠시도 머물지 않고 변한다. '3대 부자 없고 3대 가난뱅이 없다'는 말도 있듯이 부자도 영락해서 가난뱅이가 되고 가난뱅이도 언젠가는 돈벌어서 부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모든 것이 변해간다는 무상의 이치다.

무상을 바르게 깨닫지 않으면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불교를 공부한다고 하면서 욕심 내고 못된 짓 골라서 하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 수행을 하지 않은 탓이다. 진정으로 이것을 안 사람만이 온갖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유치한 짓을 하지 않는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욕심 내고 화내고 치사한 짓만 골라서 한다. 그러니 어찌 수행의 근본, 불교의 근본이 무상에 있다고 하지 않겠는가.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