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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스님의 선문답산책] ⑫이것이 무엇인가

slowdream 2009. 6. 22. 01:42

[인경 스님의 선문답산책] ⑫이것이 무엇인가
진짜 화두는 나의 실존 문제
기사등록일 [2009년 06월 16일 10:20 화요일]
 

“우뚝한 불당(佛堂)이지만 그 안에 부처가 없구나.” 마조(馬祖)의 말을 듣고, 무업(無業)은 절을 하고 꿇어앉아서 물었다. “교학공부는 그런대로 했지만, 선문에서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은 잘 모르겠습니다.” 마조가 대답하였다. “다만 알지 못하는 바로 그 마음이지, 다른 것은 없다.” 그러자 무업은 여전히 그 뜻을 알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마조가 말하였다. “지금 마음이 산란하여 보이니, 다음에 다시 오게.” 무업이 일어나 물러나려 하는데, 마조가 다시 불렀다. “어이, 잠깐!” 무업이 고개를 돌리자, 마조가 물었다. “이것이 무엇인가?” 여기서 무업은 문득 깨달았다.

 

중국에서 마조계의 선종이 크게 대두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 다각적인 논의가 있다. 외적인 측면에서 841년에 시작된 회창법란이다. 이 법란으로 많은 사찰이 무너지고 경전은 불살라졌다. 이로 말미암아 교학불교는 쇠퇴하였다. 반면에 선종은 큰 타격 없이 지방이나 산중에서 성장하였다. 또한 선종은 불상이나 경전보다는 현재에 작용하는 마음 자체에 대한 자각을 중시하고, 특히 경제적인 기반을 시주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자족한 점에서 상대적으로 큰 장점을 가졌다.    

 

마조의 홍주종이 역사적으로 크게 번창한 데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었지만,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마음으로서 평상심은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에 맥락이 맞닿아 있다. 마조가 강조한 현재의 마음작용은 불교에서 핵심된 가치이고, 또한 시대를 초월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가 있다.

 

마조는 이런 정신을 스승인 회양에게서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날 회양은 좌선하는 마조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좌선을 해서 무엇을 하려하는가?” 마조는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그러자 회양은 마조 앞에서 벽돌을 갈기 시작했다. 마조는 “벽돌을 갈아서 무엇을 하려합니까?” 물었다. 이에 회양이 “거울을 만들까 한다.” 대답하자, 마조는 “어떻게 벽돌로 거울을 만들 수가 있습니까?” 반문했다. 그러자 회양은 “좌선을 한다고 어떻게 부처가 되는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여기서 마조는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다. 앉아서 좌선만 하는 것은 부처의 흉내를 내는 것이지, 부처의 길이 아니다. 부처란 외형적인 어떤 모습이 아니다. 부처란 지금 여기서 작용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어떤 모양과 형상으로 결정할 수가 없다. 모양과 형상으로 얻는 일은 언어적인 개념이나 관념이지, 부처가 아니다. 이후 마조는 이런 깨달음을 제자를 지도하는데 철저하게 적용시켰다. 마조가 취한 방식은 2가지이다. 하나는 외적인 형상에 집착된 마음을 지금 여기의 현존에 주의를 돌리는 회광반조(回光返照)의 방식이다.

 

마음의 현상들을 설사 그것이 부정적인 느낌이라 할지라도, 존재하는 그대로 평가치 않는 채로,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금은 충격요법으로서 질문이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방식은 나중에 송대에서 발전시킨 화두의 길이다. 대주는 전자의 반조의 방식으로, 무업은 후자의 화두적 방식에 의해서 깨닫게 된다. 이렇게 보면, 반조와 화두는 서로 별개의 접근방식이 아니라, 그 대상은 동일하게 지금여기에서 작용하는 우리의 본성으로서, 우열관계가 없다.

 

화두는 직접적으로 나의 실존의 문제여야 한다. 선문답이 단순하게 지식이고, 나의 문제로서 절박한 과제가 아니라면 그 무엇도 화두는 아니다. 대주나 무업처럼 스스로 진리에 대한 열정과 탐구심을 가지고, 의심을 해야 이때야 비로소 화두가 된다. 전래되는 수많은 선대의 선문답 그 자체로는 결코 화두가 아니다.  그것이 화두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금여기’에서 그것이 ‘나’의 문제로서 연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조주의 ‘무(無)’자라도 그것은 화두가 아니다.        
 
인경 스님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출처 법보신문 1002호 [2009년 06월 16일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