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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스님의 선문답산책] ⑬근본적인 원천

slowdream 2009. 7. 3. 03:44

[인경 스님의 선문답산책] ⑬근본적인 원천
기사등록일 [2009년 06월 22일 17:30 월요일]

 

 

홍주지역에서 활동한 수노(水老)화상이 마조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마조가 갑자기 수노화상의 가슴을 차서 넘어뜨렸다. 그런데 수노화상은 이것으로 문득 크게 깨달았다. 화상은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면서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몹시도 기이하여라. 백천 삼매와 한량없는 묘한 이치의 근원(根源)을 한 터럭 끝에서 문득 깊게 깨달았다.”

수노화상은 절을 하고 물러났다. 나중에 화상은 대중에게 자주 말하였다.

“한번 마조의 발길을 맞는 뒤로 지금까지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8세기 마조시대에서 명상 수행자가 자주했던 질문은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롭게 등장한 선종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 질문이었다. 달마를 통해서 명상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마치 부처님이 입적한 이후에 진보적 성향의 대중부에서 ‘무엇이 부처인가’를 묻는 질문과 유사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서 말씀보다는 그런 말씀의 근본적인 원천으로서 부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이런 질문은 외적으로는 종파적인 의식의 일부로서 다른 종교적인 집단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내적으로는 자파의 심리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작업의 일부이다.

 

이점에 대해서 마조는 어떤 반응을 보인 것일까? 마조는 이런 질문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질문자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마치 달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자네가 무엇인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태도를 취한다. 예를 들면, 무업(無業)이 “어떤 것이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라고 묻자, “마음이 산란한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오지.”라고 대답하고, 그가 물러나자 “어이, 잠깐!” 불러 세운 다음에,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여 깨달음에로 인도한다. 이 방식은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보다는 자신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는 암묵적 메시지이다.

 

위의 수노화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마조는 수노화상의 질문에 엉뚱하게 매우 과격한 방식으로, 그의 가슴을 발로 차서 넘어뜨린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아마도 마조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꾸 달마 달마하는데, 달마가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넘어진 당신이 더욱 중요하지 않는가? 머릿속의 달마보다는 가슴에 아픈 통증이 보다 구체적이지 않는가? 지금 여기의 진실은 언어나 개념적인 설명으로는 전해질 수가 없네. ‘이것은’ 언어적인 개념을 초월하였고, 사회적인 관념으로는 해명할 수가 없네. 미안하지만 굳어진 당신의 관념을 이렇게 해서라도 무너뜨려야겠네. 양해 좀 하시게.

 

이런 점들은 지금 여기의 진실에 철저한, 마조의 냉철함에서 기인하지만, 어쩌면 그의 열정적인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이런 일이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발생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분명하게 동영상이 인터넷을 시끄럽게 떠돌거나, 아니면 그의 가족은 분명히 경찰에 고소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노화상은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고 깔깔 웃지 않는가? 그리고 마조에게 감사하고 있지 않는가? 이 순간에 수노화상은 백천의 삼매와 한량없는 법문의 근원을 깨달았다며, 더없이 마조에게 감사의 절을 올리지 않는가?

 

수노화상은 한번 마조의 발길을 맞는 뒤로, 지금까지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삼매란 마음이 고요한 선정을 의미하는데, 남방에서 강조한 것처럼, 조용히 앉아 좌선함으로써 구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량없는 이치는 지혜로서 이것은 경전에 의한 언어적인 지식과 사회적인 경험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스승과의 문답을 통해서 터득한 것이다. 일순간에 이것을 체득했으니, 이 얼마나 눈물이 날 만큼 기쁜 일이 아닌가? 훗날 어떤 사람이 수노화상에게 물었다. “불법의 큰 의미는 무엇인가?” 이에 수노화상은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을 뿐이었다. 
 
인경 스님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출처 법보신문 1003호 [2009년 06월 22일 17:30]